[2015 캠페인 ‘책읽는 도시 행복한 시민’ 책 읽어주는 남자]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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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5   |  발행일 2015-04-25 제1면   |  수정 2015-04-25
201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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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사코의 ‘팔레스타인(2002, 글논그림밭)’은 만화책이다. 그러나 흥미진진한 판타지 대신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담고 있는, 그래서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만화다. 미국 오리건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사코는 1991년 말에서 92년 초까지 두 달간 팔레스타인의 점령지 곳곳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균형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짐짓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당시의 팔레스타인 현실을 생생하게 전했다.

글씨가 많고 그림 스타일도 예쁘지 않은 이 만화는 비디오카메라 대신 펜으로 제작한 탐사 다큐멘터리다. 난민촌에서 만난 한 노인은 1948년 이스라엘에 의해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쫓겨나던 때를 회상한다.

“나는 임신한 아내와 나흘을 꼬박 걸었소. 이집트군은 우리를 트럭에 태워주지 않았다오. 유대인들이 우리에게 폭탄을 떨어뜨렸고… 개미들까지 우리를 따라 마을에서 도망쳤소.”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뒤 노인은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를 받아 고향을 찾아갔다. “나는 가족들에게 내 고향을 보여주려고 했소. 내 집과 내 학교를…. 하지만 나는 고향을 본 후 빳빳이 굳어져 버렸소. 그들이 모든 것을 파괴했단 말이오. 살았던 흔적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소.”

이 에피소드는 한 페이지, 네 컷으로 구성돼 있다. 초점을 잃은 듯한 눈빛의 노인 얼굴 클로즈업, 화로를 앞에 두고 앉아있는 노인의 모습, 고향에 도착해 망연자실한 가족들의 표정, 텅 빈 들판에 서 있는 가족들의 뒷모습 등 네 장면이다. 이 페이지는 독자들로 하여금 팔레스타인 문제를 파괴된 삶의 문제로 접근해 볼 것을 권유한다.

 

개인의 삶이라는 측면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바라보면,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었으며 지금도 분단을 겪고 있는 우리와도 닮은 점이 많다.

과거 우리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고, 관심이 있다고 해도 대체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이었다. 그렇지만 근래에는 이러한 일방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균형을 잡아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 책은 약 25년 전의 방문기록이지만, 오늘날의 상황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2천314명이 죽었고, 1만7천12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김광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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