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대구지하철참사 다룬 ‘메모리즈’로 큰 반향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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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15   |  발행일 2015-05-15 제35면   |  수정 2015-05-15
20150515

‘헤븐(Heaven)’은 대구도시철도 3호선 하늘열차 ‘수성못(TBC)역’ 바로 아래 있는 뮤직카페다.

이 카페에는 4천여장의 LP음반이 있어 라운지음악의 진수를 즐길 수 있다. 공정무역 커피를 주로 판매하는 이 카페의 대표는 대구출신 영화감독 현종문씨다. ‘헤븐’은 현 감독이 2011년에 제작한 62분짜리 극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시나리오는 물론 연출, 감독 촬영까지 혼자 도맡았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방송국 라디오 DJ가 임신 중인 아내를 대구지하철참사로 잃으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현 감독은 대구지하철참사와 인연이 깊다. 그는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재학시절 2·18 대구지하철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메모리즈’로 제5회 대한민국영상대전 아마추어부문 대학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03년 2월18일 오전 대구 중앙로 인근을 지나다 우연히 지하철사고를 목격한 그는 사고발생 20분 후부터 참혹한 사고현장을 생생하게 스케치했다. 공중파방송 카메라 기자들이 도착하기 전 촬영된 그의 영상은 한국은 물론 외신에도 보도됐다. 그는 사고 후 1년여간 부상자와 유족 등을 촬영하면서 수습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메모리즈’는 당시 참사의 원인과 부실한 지하철관리 실태를 고발함으로써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품을 완성하고 나니 우리나라에서 구조적으로 대형참사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월호 사고를 보면 알지 않습니까. 저도 모르게 소방전문가가 돼 있더군요. 지하철사고에 대한 전면재조사가 필요한데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는 지하철 참사 2주기를 맞아 지역의 한 공중파방송에 나갈 ‘메모리즈2’를 제작하던 중 방영 일주일을 앞두고 방영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방송사측의 말을 듣고 출품을 거부했다.

“50분짜리 프로그램인데 20분을 줄여달라는 겁니다. 시간적으로 그렇고 편집상으로나 힘들었죠. 스토리를 바꿔 작품을 다시 제작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느낌이 들어 안 하겠다고 했죠.”

현 감독은 영남이공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98년 가야대연극영화과에 1기생으로 편입했다.

“영화 ‘우생순’의 임순례 감독을 만나면서부터 영화에 입문하게 됐다고 봐야지요.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졸업 후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 영화전공으로 입학했습니다.”

그는 대학원 진학 중 2001년 청소년기의 방황을 다룬 단편영화 ‘Sound off Music’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대구단편영화제 본선과 전주시민영화제 프로포즈섹션에 초청됐다.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잠시 다니기도 한 그는 12년간 대학의 영화관련 학과에 강의를 다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실을 내고 다큐멘터리영화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얼마 전 베트남전 이후 최초로 한국에 온 베트남 민간인 학살 생존자의 증언을 기록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부터 일주일간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팔로잉했다.

“다큐멘터리도 간단한 장비로 할 수 있지만 1억원 이상 들어가야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비전향장기수 이야기를 다룬 김동원 감독의 ‘송환’이라든가 제일교포 조선학교 이야기를 다룬 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와 같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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