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여 동문 국내외 예술계 활약 “문화도시 대구경북 만든 주춧돌”

  • 김은경 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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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0   |  발행일 2015-05-20 제3면   |  수정 2015-05-20
‘한강이남 첫 예술특수학교’ 경북예고 50년

경북예술고등학교(교장 이인성)가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1965년 한강 이남에서 최초의 예술계 고등학교로 문을 연 경북예고는 반세기 동안 국내 문화예술계에 적잖은 족적을 남겼다. 대구는 물론 한국의 예술을 논하면서 경북예고를 빼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경북예고 50주년이 가지는 의미와 이를 바라보는 문화계 분위기를 살펴봤다.

모교 방문 동문 기념비 제막…대구경북 지자체 예술단원의 절반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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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예고가 개교 50주년을 맞아 지난 17일 모교에서 ‘홈커밍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1∼7회 졸업생과 은사 7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 앞서 졸업생들은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진선미의 요람’이라고 새긴 비를 교정에 세웠다. 황인무 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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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예고 개교 50주년을 맞아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대구시민과 함께하는 아트 페스티벌’이 18일부터 대구지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7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전야제 행사. 황인무 기자 him7942@yeongnam.com

경북예고 홈커밍데이

지난 17일 오후 2시, 휴일을 맞아 조용하던 경북예고 교정이 갑자기 시끌벅적 해졌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노신사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정으로 들어섰다. ‘학교가 여전하네’ ‘나무 둥지가 굵어졌구만’ 하면서 신사들은 분주하게 교정 여기저기로 발걸음을 옮겨 다녔다. 경북예고가 개교 50주년을 맞아 졸업생을 초청한 ‘홈커밍데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졸업생들이 찾아온 것이다.

경북예고는 1964년 신입생 88명으로 임시 개교했다. 이듬해 학교명을 경북예고로 확정하고, 초대교장으로 김경수씨가 취임하면서 정식 개교했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서 봉덕동으로, 다시 대명동으로 교사를 이전하며 지난 50년을 이어왔다.

이날 학교를 찾아온 졸업생과 은사는 70여명이다. 이들은 홈커밍데이 행사에 앞서 교정의 한 켠에 비(碑)를 세웠다. 졸업생들의 성금으로 세운 비는 음악과 한영기 동문이 글을 쓰고, 대한민국 문화예술대상을 수상한 미술과 김종호 동문이 글씨를 썼다.

김 동문은 “동문들이 우리나라 예술계의 주춧돌로 성장한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감회를 전했다.

전세계로 흩어진 동문

대구·경북은 전국에서 첫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예술대학이 있다. 대구와 경산 등에 무려 7곳의 예술대학이 있으며, 매년 수천명에 이르는 예술대 졸업생이 배출된다. 타 시·도에 비해 많은 수로, 대구·경북을 문화도시로 만든 배경이다.

박창근 경북예고 총동창회장은 “대구가 예술에 있어서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 경북예고가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동문들이 대구·경북은 물론 전세계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 명 한 명의 일화를 얘기하면 열흘 밤낮을 보내야 할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로 민간오케스트라인 대구필하모닉의 박진규 단장을 비롯해 소프라노 이화영·류진교·김정화·주선영·윤현숙 등을 키운 ‘성악계의 대모’ 이은희 성악가가 경북예고 출신이다. 유럽무대에서 인기를 누리는 성병태 화가, 장은오 작곡가 역시 동문이다.

경북예고가 그동안 배출한 동문은 대략 3만여명으로 추정된다. 박 총동창회장은 “대구시립예술단을 포함한 대구·경북 지자체 소속 예술단원의 절반, 특히 음악분야에서는 2/3 이상이 경북예고 출신일 것”으로 추정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나에게 경북예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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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잊게 해준 열정의 출발점”
박창근 동문(안동대 교수)

“초창기 모교의 교정은 삭막했어요. 썰렁하고 학생수도 몇 안되었지요. 그 시절에는 교실이 곧 연습실이고, 뒷동산이 야외음악당이었습니다.”

1970년 경북예고에 입학한 박창근 총동창회장(61)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첼로를 전공했다.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일반계고로 진학하지 못하고, 예고로 진학했다.

박 총동창회장은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은 지금보다 더 뜨거웠다. ‘내 갈 길은 내가 개척한다’는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학습신념을 바탕으로 연습하고, 또 연습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전했다.

학교 개교 50주년을 맞아 총동창회는 ‘대구시민과 함께하는 아트페스티벌’을 18일부터 24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열고 있다. 선후배 동문이 함께 참여하는 이 행사는 오케스트라 공연과 합창, 전시회로 다채롭게 구성됐다. 박 총동창회장은 “동창회가 무려 2년에 걸쳐 준비하고 기획한 행사에 대구시민이 많이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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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서 보낸 시간은 창작 모티브”
김일해 동문(경기예총 회장)

대구출신으로 서울 경기권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서양화가 김일해씨(61)는 6회 졸업생이다. 그는 올해 초 선거를 통해 한국예총 경기도연합회 회장으로 당선됐다. 어느덧 경기도 예술인들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가 된 것이다.

“멀리 떠나 있지만 고향 대구와 모교를 잊은 적이 없다”고 입을 뗀 그는 “예고에서 보낸 시간들이 지금도 내 작품의 주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2년 전부터 서울에 재경동문회가 조직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소개한 그는 “동문들이 이 모임을 통해 친목을 넘어 모교 활성화를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화가는 “50세는 사람에게도 인생의 원숙기에 해당된다”며 “각계에 흩어진 동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꽃을 피운다면 경북예고가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예술학교가 될 날도 그리 머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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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 뛰어넘어 전인적 인재양성”
금난새(前 경북예고 명예교장)

한국을 대표하는 금난새 지휘자(68)는 2006년 경북예고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으면서 학교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경북예고 명예교장으로 위촉됐다. 금 지휘자가 지난해 서울예고 교장으로 위촉되면서 더 이상 명예교장은 아니지만, 여전히 금 지휘자는 경북예고 학생들과 공연 등으로 남다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인터뷰 요청을 한 지난 18일,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던 그는 누구보다 경북예고 50주년을 반가워 했다. 현지시각으로 새벽이었지만 기꺼이 인터뷰를 받아들였다.

금 지휘자는 “지나치게 개인 실기만 강조하는 한국 음악계 풍토에서 경북예고는 실기를 뛰어 넘어 전인적인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남달랐다”고 평했다. “학생들이 매우 진지하고 열성적으로 연주해 늘 기뻤다”는 금 지휘자는 “특히 학생들과 떠났던 연주여행이 지금도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 지휘자는 “아시아나 항공의 후원을 받아서 학생들과 미국 스탠퍼드, 샌프란시스코 콘서바토리 등에서 연주했는데, 넓은 세계를 보고 난 학생들이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모습이 지금도 인상깊다”고 덧붙였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눈에 띄는 경북예고 동문 20

△곽동현(민요가수, 국악) △김동규(LDP무용단장, 무용) △김성용(영남대 무용과 교책교수, 무용) △김수연(국립국악원 단원, 국악) △김일해(한국예총 경기도연합회장, 미술) △김정화(계명문화대 교수, 음악) △김혜정(화가, 미술) △단비(TBC 싱싱고향별곡 MC, 실용음악) △류진교(대신대 교수, 음악) △박경규(전 한국국악방송 본부장, 국악) △박진규(대구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장, 음악) △박창근(안동대 교수, 음악) △성병태(해외활동 화가, 미술) △송호진(유니버설발레단 드미 솔리스트, 무용) △이도훈(서울대·유럽활동, 음악) △이영일(가천대 연기과 교수, 무용) △이향조(국립발레단 솔리스트, 무용) △이화영(계명대 교수, 음악) △장은오(스페인콩쿠르 우승, 음악) △짜리몽땅(박나진·여인혜·류태경, 실용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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