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오미자 20년 기로에 서다] (1) 급속한 성장과 그늘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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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8   |  발행일 2015-05-28 제12면   |  수정 2015-05-28
“큰 돈 번다” 붉은밭 전국으로 확산…물량 넘쳐 경쟁력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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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덩굴 그늘에서 오미자를 수확하고 있는 농민들. 작업조건이 다른 작목에 비해 좋다.

새로운 작목으로 지역 특산물화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인 문경 오미자는 지난 20여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문경농업을 넘어 글로벌 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어 왔다. 1996년 문경시농업기술센터의 작은 시범포에서 시작된 문경 오미자는 정부의 신활력정책과 맞물려 수직 상승한 문경의 특작물이 됐다. 농정당국에서 권장했던 대부분의 새 작목이 반짝 특수를 누리다 사라진 것과 비교하면 문경 오미자는 완전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농업이었다. 오미자를 도입했던 문경시는 재배면적의 확대와 기술개발, 가공산업에 대한 지원, 소비확산 등 생산과 소비가 같이 이뤄지는 체계를 일찌감치 구축했기 때문에 반짝 특수에 그쳤던 다른 작목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았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문경 오미자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숨 고르는 모습이다. 베리류의 확산과 지나치게 높은 오미자 가격 책정, 경기침체에 따른 건강보조식품의 소비둔화 등이 원인이다. 문경 오미자는 이번 숨 고르기를 기준으로 퇴보할 것이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것이냐의 기로에 서있다. 영남일보는 20여년간 성가를 드높이던 문경 오미자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심층취재해 보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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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보다 다소 싼값에 오미자를 살 수 있는 오미자축제장에서는 생오미자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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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의 북부 산간지역에서는 흔한 풍경이 된 오미자밭.

오미자의 대명사가 된 문경 오미자는 건강기능성 음료로 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 다섯 가지 맛의 조화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가파르게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국내 어느 작목도 발전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경이적인 속도로 재배면적과 생산량, 재배농가가 증가했다. 1996년 백두대간의 야생 오미자를 1천800여㎡의 시범포로 옮겨 심은 것이 문경 오미자의 시작으로 2004년 152㏊, 2006년 254㏊, 2009년 512㏊, 2014년 1천㏊로 재배면적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재배기술의 개발과 오미자 가격의 상승 등으로 2004년 207농가 25억원이던 조수입이 2006년 402농가 93억원, 2009년 693농가 175억원, 2014년 1천250농가 550억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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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오미자 대표브랜드인 레디엠. 오미자의 붉은색(red)과 문경의 이니셜(M)을 합쳐 ‘오미자로 붉게 물든 문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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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가소득 증대 최고 효자

주산지인 문경시 동로면에서는 억대소득을 올리는 오미자 농가가 속속 등장했고, 오미자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작목이 됐다.


기능성 음료 재료로 인기몰이
1996년 0.18㏊→2014년 1천㏊
문경지역 재배면적 큰폭 증가
1250곳 농가 조수입 年 550억

경남·충청·강원도서도 재배
공급량 늘면서 독주체제 제동
건강보조식품 불신까지 생겨
불황타개 위해선 새 도전 필요


문경시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오미자는 ㏊당 평균 조수익이 6천만원 정도로 쌀의 1천만원보다 몇 배나 높다.

특히 사과나 시설채소 등에 비해 노동력이 적게 들고 버려진 산간 농지에 도 잘 자라기 때문에 소위 ‘자갈밭’으로 괄시받던 산자락 묵은 밭은 대부분 오미자 밭으로 바뀌었다.

오미자 수확철인 매년 9월 말쯤이면 문경지역에서 일손 구하기가 아주 어려워졌다.

다른 농작물의 수확이 시작되는 탓도 있지만, 잘 익은 오미자를 거두기 위해 일손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인근 상주나 예천 일손까지 문경으로 몰린다.

덩굴을 이루는 오미자는 터널형으로 재배할 경우 다른 작목 재배 시 뙤약볕에서 일해야 하는 것과 달리 그늘 속에서 일을 하는 편안함을 누릴 수 있기도 하다.

문경 오미자가 산업의 한 분야로 당당하게 자리한 것은 재배에서 가공, 유통, 소비까지 일찌감치 6차산업화됐기 때문이다.

20여년간 문경 오미자산업의 산파역을 했던 이우식 문경시농업기술센터 가은상담소장(전 오미자연구담당)은 “생산과 소비가 균형이 맞지 않을 경우 대부분 농작물은 그 수명이 짧다”며 “오미자는 보급 초기부터 이러한 점을 고려해 생산과 가공, 소비가 골고루 성장하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1995년 신활력사업으로 오미자 산업은 1·2·3차 융·복합형으로 현재의 6차산업화의 기틀을 다지게 된다.

또 오미자 홍보를 위해 이때부터 주산지인 동로면에서 오미자축제도 열리기 시작했다.

매년 축제장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한동안 휴대전화 통화량 폭주로 불통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동로면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이야기도 몇 년간 나왔다.

그 정도로 축제를 통한 홍보도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2006년 문경오미자 산업 특구 지정에 이어 문경오미자 공동브랜드 ‘레디엠(rediM)’도 탄생했다.

2009년에는 지리적 표시 특산물 등록을 마쳤으며 2011년 전국 지역특구 운영평가 대상 수상, 2013년 지역경제활성화 최우수 사례선정으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문경시는 문경오미자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하고, 80여 가지의 가공제품에 대해선 품질 고급화와 진품확인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명품 이미지를 쌓고 있다.

또 오미자연구소를 설립해 친환경 고품질 오미자 생산기술 연구, 지역에 맞는 품종 개발, 기술 이전 등 가공, 창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문경오미자의 성공은 인접한 상주나 예천, 봉화, 충북의 단양 등지로 확산됐다.

또 무주, 진안 등 일찌감치 오미자를 약용으로 재배해 왔던 곳에서도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인근 상주시는 화북면 등 북부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재배가 증가해 300여㏊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소비 둔화로 성장세 주춤

오미자의 인기상승과 맞물려 가격도 가파르게 올라갔다.

2012년 문경지역 오미자생산농가와 유통업계, 공무원, 관련 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오미자가격결정위원회는 ㎏당 8천원이던 오미자 값을 1만1천원으로 38%나 올렸다.

전년도 실제 거래가격이 9천원을 웃돌았고 당시 일부 도매상과 가공업체가 일찌감치 재배농가와 1만원 선에 계약을 하는 등 공급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불만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거지면서 3년간 동결됐고, 지난해에는 거래가격이 오히려 내렸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오미자 산업이 주춤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재배면적의 확대에 따른 공급량의 증가와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불신이 확산된 탓이다.

전라도에서부터 경남·경북·충청·강원도까지 백두대간 지역에서는 너도나도 오미자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문경에서만 매년 100㏊가량 늘어났고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여기에다 종편채널을 중심으로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효과와 당절임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소비가 주춤했다.

지속된 경기불황도 소비를 둔화시켰다.

하지만 오미자 가공산업의 병행발전으로 내리막길이 가파르지는 않았다.

2013년 140㏊, 지난해 100㏊였던 문경지역의 오미자 신규재배 면적은 올해 10㏊로 급격히 감소했다.

더 이상 재배면적을 늘려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20여년을 성장해 오던 문경 오미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글=문경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사진=문경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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