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막막해 일하는 고령층 30%대…그들을 위한 실업급여는 없다

  • 노인호 신인철 김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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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04   |  발행일 2015-07-04 제4면   |  수정 2015-07-04
고용보험서도 소외되는 고령층
20150704
대구지역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짐을 나르고 있다. 생계를 위해 경비원, 청소원 등의 일용직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고령인구가 늘고 있지만, 고용보험에서 이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래픽=김유종기자 dbwhd@yeongnam.com


65세이상 생계형근로 급증

55% “경제적 어려움 겪고 있다”
64%는 본인·배우자 생활비 마련

20년 前 도입된 고용보험법 적용
65세 이상 가입 봉쇄…현실 외면
시대 반영한 복지시스템 개선을


고용보험법이 처음 도입된 건 1995년이다. 당시 남성의 기대수명은 69.6세였다. 고용보험 도입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의 기대수명은 8년 정도 늘어났다. 65세 이상 고용보험 가입을 원천봉쇄한 당시의 주장이 현실성을 잃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만 60세를 기준으로 맞춰져 있는 복지 혜택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북지방통계청의 ‘2014년 대구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00년 5.9%이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매년 증가해 2014년 12%로 높아졌다. 2040년에는 인구의 32.7%를 차지할 전망이다.

65세 이상 고용률은 대구가 24%, 전국 평균 30.9%에 이른다. 65세 이상 노인 세 명 중 한 명은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65세 이상 고용률은 2008년 18.6%에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고령의 노인들이 일터로 나서는 것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람이 54.9%, 직업이 없거나 고용이 불안정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람이 10.3%에 달했다. 63.8%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었으며,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통해 생활비를 벌고 있는 사람도 전체의 36.5%에 달했다.

65세 이상 노인 셋 중 하나가 일을 해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 65세 이후 직장에 입사한 노인들은 이후 실직시 실업급여 자체를 받을 수 없어 노인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용역업체에 고용된 노인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일하는 분야는 대부분 아파트 경비원, 건물 청소근로자 등이다. 이러한 용역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들 장년층을 고용한 영세 용역업체가 아파트 관리소나 건물주와 계약 해지 등의 이유로 바뀌는 경우가 흔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고용자들은 새로 고용 계약을 체결해야만 한다. 서류 기준상으로 65세 이상 장년층이 새롭게 취업한 셈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퇴사하거나 이직을 할 때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는 직종 승계 여부를 따져서 일부 구제를 펼치고 있지만, 모든 사례가 구제되지는 않고 있다. 고령층이 마주하고 있는 고용보험법 사각지대의 그늘을 해소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고령 구직자의 경우 대부분 생계형 근로자”라며 “이들이 노동시장으로 나와야만 하는 현실 자체가 연금 혹은 복지제도로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국내 복지시스템의 허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대부분 임시·일용직…생계안정보장 젊은층보다 더 시급”

연금·퇴직금 생활가능비율 19%
연금의 소득대체율도 45% 그쳐

일자리창출에 급급 고용質 낮아
使측만 책임 지우는 법률 고쳐야

젊은 시절 공사장 일용직으로 근무하다 대구 달서구 월성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직으로 일하고 있는 A씨(67·대구시 서구 평리동)에게는 최근 걱정거리가 생겼다. 아파트 부녀회에서 용역업체를 바꾼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용역업체가 바뀌면 아파트 일용직 모두가 계약을 새로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계약을 못한 채 일자리를 잃는 경우는 허다하다.

“일자리를 잃을까 두렵다”는 A씨는 “65세가 넘어서 취업한 경우라 일자리를 잃으면 당장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어 실직 상황에 놓이게 될까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노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 일자리 창출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만 65세 이상은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만 65세까지로 정해놓은 고용보험 가입 기준에 따라, 실직을 당해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현행 고용보험법에는 실업급여 적용대상으로 65세 이후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자를 제외해, 65세가 넘으면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의 신규 취득도 아예 불가능하다. 실직 후 재취업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가 공적 연금제도를 통한 노후소득이 있어 실업에 따른 대체소득 필요성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알려진 대로 국내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상당히 저조한 실정이다. 3월 한국노동연구원의 ‘노인의 빈곤과 연금의 소득대체율 국제비교’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5.2%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65.9%보다 20%가량 부족한 수치다. 또한 주요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기준인 70∼80%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친다.

더구나 실질적인 연금 수급자도 그리 많지 않다. 홍영표 국회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758만여명의 베이비부머 가운데 2012년 기준 연금 수령이 가능한 가입기간 10년 이상인 경우는 절반이 채 되지 않는 33.8%에 그쳤다. 또한 65~69세 고령자 중 연금이나 퇴직금으로 생활가능한 비율은 19.2%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 65세 이상 취업자가 증가하고 이들 장년층의 재취업 또한 활성화되면서 실업급여 적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 65세 이상 임금근로자 상당수는 임시·일용직 종사자가 많아 실직 후 생계 안정 보장이 젊은층보다 오히려 더 시급한 실정이다.

노진철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현재 65세 이상 장년층은 노동 시장에서 법적 테두리 밖에 방치되고 있다”며 “장년층을 고용하는 사용자 측에만 책임을 지우고 있는 현재의 고용 법률은 반드시 개정돼야 하는데, 장년층을 법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형태가 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신인철기자 runc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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