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혁신위, 끝내 문재인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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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30   |  발행일 2015-09-30 제31면   |  수정 2015-09-30
[영남시론] 혁신위, 끝내 문재인 편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활동을 종료했다. 제도 개선에만 집중하다가 ‘인적 혁신’이 빠졌다는 비판이 일자 막판에 그것을 내놓았지만 그마저도 핵심은 빠진 채 몇몇 자극적인 선거공학으로 시선을 끌고 있을 뿐이다. 혁신위가 내놓은 인적 혁신의 결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부산 출마론’이다. 인적 혁신에 안철수 전 대표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세균 전 대표 등 전직 대표들을 세팅했을 뿐이다. 사실상 문재인 대표에게는 보약을, 안철수 전 대표에게는 독약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혁신위는 이를 문재인의 ‘희생’이라고 포장했다.

혁신위, 선거 전략까지 훈수하나.

인적 혁신의 본질은 당내 패권 세력 청산이었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문재인의 몫이었다. 그래서 대표 경선에 나섰을 때 계파주의의 기역 자도 나오지 않겠다고 했던 것이다. 혁신위가 꾸려질 때 조국 교수가 육참골단(肉斬骨斷)을 말하자 문 대표가 이에 똑같은 말로 화답한 것도 그런 배경이다. 그러나 혁신위는 끝내 계파주의의 기역 자도 꺼내지 않았다. ‘86그룹’과 ‘호남 패권주의’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혁신위 활동이 이대로 끝나자 스스로도 부끄러웠을까. “혁신의 성공인가, 실패인가”에 대한 논의를 차단시켜 버렸다. 그 대신 “문재인·안철수가 부산에 출마하느냐, 마느냐”로 프레임을 비틀어버렸다. 추석밥상에 이만큼 흥미 있는 소재도 많지 않을 것이다. 언론도 온통 그런 흥미 위주의 얘기로 넘쳐났다.

혁신위 활동은 끝났지만 일부 인사들의 활약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문 대표가 부산 영도로 가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빅매치하라는 훈수까지 내놓았다. 역대 어느 정당도 당 혁신기구가 선거 전략까지 훈수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심지어 30대 초반의 이동학 전 혁신위원은 안철수에 대해 무례한 언사까지 서슴지 않았다. 서울 노원 지역구 유권자와의 약속을 언급하며 부산 출마 권유를 거부하자 “지역구민을 위한다고 말한다면 구의원을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모든 국회의원은 지역구민들과의 공약을 내놓는다. 이동학은 그런 국회의원을 ‘구의원’ 수준으로 격하시켜 버렸다. 그리고 아무리 힘이 없어도 안철수 전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탄생시킨 한 축이다. 게다가 유력한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엄청난 정치적 자산이다. 그런 안철수를 향해 ‘구의원’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지금껏 혁신위원을 했다. 이쯤 되면 무례를 넘어 후안무치하다.

혁신위가 갑자기 왜 안철수를 타깃으로 삼은 것일까. ‘비노세력’을 무력화시켜서 당내 친노패권의 천하통일을 이루려는 속셈이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부산 출마냐, 아니냐”를 통해 문재인의 부산 출마는 ‘큰 결단’으로 부각시키고, 반대로 안철수를 향해서는 결단력 없는 기득권 세력으로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안철수의 탈당 명분마저 제거하겠다는 속셈도 내포돼 있을 것이다.

혁신위의 ‘혁신안 프레임 비틀기’와 ‘선거 전략 훈수’가 당장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친노패권의 그날이 다가왔다고 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혁신위가 출범할 때나 끝났을 때도 새정치민주연합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혁신위의 실체와 문재인의 속내만 오롯이 확인해줬을 뿐이다. 굳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불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대표가 갑자기 출마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았다는 점이다. 그것도 ‘희생’과 ‘결단’으로 말이다. 이것을 지금 그들은 ‘혁신’이라고 우기고 있다.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조만간 ‘정권 심판론’ 이전에 ‘야당 심판론’이라는 태풍이 몰아치지는 않을지 지켜볼 일이다.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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