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시리즈 통·나·무] 2009년부터 신발 2만6천30켤레 기부…최승식 유명상사 대표

  • 최미애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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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8   |  발행일 2015-11-28 제5면   |  수정 2015-11-28
매년 1t트럭 가득 신발 7천 켤레 보내…“중독돼 그만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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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최승식 유명상사 대표가 대구 중구 서성로에 위치한 자신의 점포에서 판매하는 신발을 들고 있다. 최 대표가 2009년부터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신발은 2만6천30켤레에 이른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기부는 중독이라서 그만둘 수가 없네요.” 지난 25일 대구 중구 서성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최승식 유명상사 대표(41)는 기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 대표의 가게에는 매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기부를 받는 시설에서 찾아와 이곳에서 제작·판매하는 신발을 1t트럭에 가득 실어간다. 연말마다 최 대표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7천여 켤레의 신발을 기부하고 있다.

◆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기부 시작

최 대표가 신발 제조·판매업에 뛰어든 건 17년 전이었다. 전문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최 대표는 외삼촌이 하던 신발 도매상에서 4년 정도 일을 했다. 이후 29세 때부터 독립해 신발 도매업을 시작했다. 한때 장사가 잘 될 때는 대형마트 15곳에 정식 매장을 내고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서울 청계천에서 신발 도매업을 하기도 했던 최 대표는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어음을 들고 대구로 내려왔다. 새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에 2006년 대출을 받아 동생과 함께 서성로에 지금의 점포와 사무실을 열었다.


“늘 이웃과 나누던 어머니 영향
어느날 나도 모르게 기부 결심
아이들도 본받아서 용돈 기부…

기부를 자랑하는 분위기 돼야
경쟁심에 더 활성화된다 믿어

기부에 대한 마음 사라질까봐
현금 대신 물품으로 나눔실천”


고향인 대구에 내려온 최 대표는 기부를 할 만한 곳이 없을까 싶어 구청을 통해 문의하면서 첫 기부를 시작했다. 2년 동안은 구청에서 연결해준 지역의 여성미혼모시설 등에 신발을 가져다줬다. 최 대표는 “지금은 경기가 좋진 않지만 당시 장사가 잘 될 때 내가 번 것을 혼자 가지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 어떨까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2009년 7월부터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를 하고 있다. TV에 나온 연말 모금 캠페인을 보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면 성금이 한쪽으로 편중되는 것이 아니라 복지시설에 골고루 나눠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지금까지 모금회에 그가 기부한 신발은 2만6천30켤레(3억6천363만5천원)에 이른다. 2009년 1천927켤레를 기부하다가 2012년부터는 5천~7천켤레로 기부 규모도 늘어났다. 이 신발들은 지역의 여성 장애인 등 여성들이 주로 지내는 복지시설에 기탁된다.

최 대표는 “음식을 양껏 만들어 이웃, 친척들과 나누곤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있다”며 “나누고 싶어서 시작한 기부였는데 점점 중독이 됐다”며 웃었다.

◆ 기부는 자랑스러운 일

기부에 대해 최 대표는 자랑스럽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부가 활성화되려면 기부하는 사람이 부각돼야 한다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기부자를 부각시키면 스스로 기부에 대한 의무감을 느껴 기부를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는 것.

최 대표는 “기부를 자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 기부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나도 못했는데 이 사람은 했구나’라는 경쟁심에 기부가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경우 기부를 통해 나누자는 취지로 기부를 시작했지만,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최 대표의 12세 아들과 9세 딸도 용돈을 모아 많지 않은 돈이지만 아프리카에 있는 아이를 돕기 위해 기부를 한다고 했다. 모금회에 기부를 하면 보내오는 메모지와 같은 기념품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기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유명상사 인근에 위치한 다른 신발 판매점 2~3곳에서도 신발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최 대표가 기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관심이 생겨 기부를 시작한 것.

처음 기부했을 때 최 대표는 현금으로 기부를 했지만, 최근에는 물품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현금으로 기부를 하면 방법은 쉽지만, 기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사라질까 싶어서다.

7년째 기부를 하면서 기부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유명상사에서 제조·판매하는 신발의 80% 이상이 여성화이기도 하고, 10~20대 젊은 층의 취향에 맞춘 신발이라 기부받는 곳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제가 기부하는 신발의 특성상 특정 기관에만 기부가 집중되는 것 같아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앞으로 가능하다면 노인시설 등 기부처의 범위를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올 연말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발을 기부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직접 기부처에 찾아가 본 적은 없지만, 여유가 된다면 기부를 받는 복지시설에 직접 찾아가 볼 생각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금액에 상관없이 기부는 의미가 있다”며 “대구 시민이 단돈 5천원이라도 기부한다면, 그 돈이 큰돈이 된다. 소액이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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