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군맹무상(群盲撫象)

  •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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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30   |  발행일 2015-11-30 제31면   |  수정 2015-11-30

불교 경전 ‘열반경(涅槃經)’에 나오는 이야기다. 인도의 경면왕이 하루는 시각 장애인들에게 코끼리를 만져보도록 하고 무엇인지를 물었다. 시각 장애인들은 코끼리인 줄을 모르고 각기 만져본 부위를 생각하고 답했다.

상아를 만진 시각 장애인은 “커다란 무”라고 대답했고 코를 만진 이는 “절굿공이 같다”고 했으며 다리를 만진 이는 “기둥과 같다”고 했다. 배를 만진 이는 “큰 독과 같다”고 했으며 꼬리를 만진 이는 “새끼줄 같다”고 했고 귀를 만진 이는 “키와 같다”고 대답했다. 또한 머리를 만져 본 이는 “돌과 같다”고 대답했다. 코끼리를 어느 방향에서 어떤 부위를 만지느냐에 따라 코끼리에 대한 시각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코끼리는 석가모니(불성·佛性)를 비유한 것이고, 시각 장애인은 밝지 못한 중생(衆生)을 의미한 것이다. 따라서 군맹무상(群盲撫象) 이야기는 사람들이 석가모니를 부분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과 중생에게는 각자의 석가모니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오늘날 군맹무상은 사물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대로 판단하거나 일부밖에 모르는 좁은 식견을 가진 것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사물이나 현상의 겉모습만 보고 그 참모습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물이나 현상을 제대로 보려면 단순히 시각적으로만 보지 말고 자세하게 응시하면서 꿰뚫어봐야 한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나 서울 광화문 집회 논란 등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는 여러 문제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의 시각에서 현상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일방적인 논리가 될 수 있다.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수용할 수 없는 진단과 해결방안이라면 갈등의 원만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군맹무상 이야기에 나오는 코끼리를 제대로 보려면 마음을 활짝 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한 것처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쟁점을 바라보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지용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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