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하> 결국은 家族이다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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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3   |  발행일 2016-05-23 제6면   |  수정 2016-05-23
“행복한 보금자리를 되찾자” 가족 소통·지원 정책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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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칠곡 청소년 가족봉사단이 칠곡군의 한 마을에서 벽화를 그린 뒤 백선기 군수(둘째 줄 가운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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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구미시 어린이 급식관리지원센터 주관으로 열린 ‘아빠와 함께하는 요리교실’에서 한 가족이 정성껏 만든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구미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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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구미시청에서 열린 ‘가족행복플라자 건립 협약식’에서 구미시, 삼성전자,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가정은 사회공동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다. 가정이 건강해야 지역사회도 건강해진다. 건강한 가정이 모여 크고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이런 공동체가 국가의 초석이 된다. 하지만 가정해체가 심심찮게 일어나면서 아동학대, 노인소외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가정해체를 막아야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봉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가정해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대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가정을 가정답게 만드는 프로그램

2005년부터 시행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라 전국 151곳에 설립돼 운영 중인 건강가정지원센터는 ‘가정 행복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경북도내에는 총 11개 지역에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운영 중이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단계적으로 통합되고 있다.

구미시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경우 대표적인 가정회복 프로그램으로 ‘먹통부부 소통부부 되다’와 ‘아빠는 놀이터’가 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부부들을 위한 소통촉진 프로그램 ‘먹통부부 소통부부 되다’는 매회 부부 10쌍이 참여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서로의 성격유형 이해하기 △나의 의사소통 방식 돌이켜보기 △배우자와 함께 공감하는 방법 알기 △새로운 계획 세우기 등 크게 4가지 순서로 진행된다. 서로를 탓하기만 하던 부부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상대에게 상처 주는 자신의 표현방식을 돌이켜보고 새로운 의사소통 방법을 배우게 된다. 도근희 구미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다른 부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어 참가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건강가정지원센터 11곳
부부간·부모자식간 ‘먹통’해소
체험 프로그램 등 효과 커 인기


구미는 민·관 협력 ‘행복플라자’
가족정책사업 새 모델로 부각
다문화·미혼모가정 등에 손길



‘아빠는 놀이터’는 아이와 아빠의 친밀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자녀양육과 돌봄을 엄마가 전담하면서 발생하는 부부 갈등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는 가족 내 아버지 소외현상을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 만족도가 꽤 높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빠와 자녀들은 요리·놀이·체험활동 등을 함께한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처음엔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아이들과 활동을 하면서 점점 놀이에 집중하게 되고 스킨십을 늘려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지못해 참가했던 남성들도 프로그램을 접한 다음부터는 자신이 직접 신청할 만큼 애착을 보이기도 한다.

프로그램 참가자 장모씨는 “처음 아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아이와 함께 요리를 만들다 보니 어느새 부쩍 가까워진 것을 느꼈다”면서 “이후로 주말이 기다려지고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2. 자원봉사로 가족의 소중함 깨닫다

봉사활동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경우도 있다. 칠곡군종합자원봉사센터가 2009년 발족시킨 ‘청소년 가족봉사단’은 자녀와 부모가 함께 자원봉사를 하는 단체다.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강화시킨다. 나아가 지역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하는 등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분위기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봉사분야는 사회복지, 교통, 환경, 문화, 재난복구, 기능·기술분야 등 다양하다. 현재 450여명이 가족봉사단에 참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가족은 봉사활동에 참여 후 가족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말한다.

가족봉사단은 지난해 ‘마을벽화로 피어나는 인문학 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해 칠곡군 여러 마을에서 ‘마을의 유래’ ‘삶의 이야기’ ‘희망’ 등을 주제로 주민과 함께 벽화를 그렸다. 또 가족과 함께 봉사·여행·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볼런투어’에도 참여했다. 볼런투어는 자원봉사(Volunteer)와 여행(Tour)의 합성어다.

가족봉사단원 김모씨(39)는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니 남을 도와주는 기쁨 등 가족이 얻는 것이 더 많다”면서 “봉사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도 많이 나누게 되고 그러다 보니 가족이 더욱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3. 엄마·아빠 부모학교 다녀오세요

30대 주부 이모씨는 최근 아들(4)의 ‘특이한 행동’에 어쩔 줄 몰라했다.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속마음을 사실은 너무 몰랐던 것이다. 이씨는 우연히 부모교육에 참여하면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부터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이를 이해하는 일까지 배우게 됐다. 그는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부모교육을 받고 나니까 아이가 발달단계에 있다는 걸 알았고 그 후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씨의 경험담처럼 부모교육의 필요성은 아주 높지만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처별로 난립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간소화하고 직장이나 가정에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다문화, 한부모, 조부모 가정같이 특수한 가정의 특성에 맞는 전문강사 양성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5월15일 ‘가정의 날’이 있는 주를 ‘부모교육주간’으로 정하고 전국의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중심으로 200여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올바른 부모 역할과 성장기별 자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부모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장(신구대 교수)은 “과거 대가족 제도에서는 부모를 대신해 조부모나 이웃집 어른까지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었으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고, 지속적인 부모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4. 민·관 협력 ‘가족행복플라자’

가정해체를 막기 위해선 부모의 지속적인 교육이나 가족상담도 필요하지만 지역사회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구미시가 추진 중인 ‘가족행복플라자’는 지자체와 민간 기업이 행복한 가족 만들기를 위해 손을 맞잡은 전국 최초의 민·관 협력 가족복지정책으로 손꼽힌다.

가족행복플라자는 다문화가정, 미혼모가정, 맞벌이가정 등을 위한 복지시설과 어린이 장난감 도서관 등을 갖춘 가족을 위한 다목적 이용시설이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스마트시티,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가족행복플라자’ 건립 협약을 체결한 구미시는 원평동 구미시설공단 뒤편 시유지에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족행복플라자 건립을 위해 임직원이 모은 성금 23억원을 지원했고,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를 위한 재정의 배분업무를, 구미시는 가족행복플라자 건립 후 관리·운영을 전담한다. 전국에서 처음 건립될 가족행복플라자는 어린 자녀가 많은 젊은 도시의 특성에 알맞은 가족정책사업의 새로운 모델이 될 전망이다.

심원환 삼성전자 스마트시티 부사장은 “기업경영의 최고 가치는 지역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으로, 앞으로도 근로자와 시민의 행복한 가족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구미=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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