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인공지능의 진화

  • 배재석
  • |
  • 입력 2016-05-27   |  발행일 2016-05-27 제23면   |  수정 2016-05-27

인공지능(AI)의 질주가 거침없다. 바둑의 이세돌 9단과 일본 장기고수를 잇따라 꺾고 존재감을 과시하며 발 빠르게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뉴욕의 대형 로펌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는 최근 스타트업 로스인텔리전스가 개발한 AI변호사 로스(Ross)를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을 기반으로 제작된 로스는 파산 관련 판례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국내에서도 지능형 법률정보시스템 아이리스가 개발돼 내년에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AI는 지금까지 창의성과 감성을 갖춘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간주되던 예술분야도 넘보고 있다.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안창욱 교수와 박사과정인 정재훈씨는 최근 AI가 작곡한 노래 ‘Grey’와 ‘Cavity’를 국내 음원 사이트에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비록 편곡은 사람의 손을 거쳤지만 아마추어 작곡가보다 나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예술대학 음악홀에서는 AI피아노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의 연주자 4명이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곡 ‘송어’를 20여분 연주해 환호성이 터졌다.

글쓰기 영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만 19세 이상 60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작성한 야구경기 기사 5개를 보여주고 작성 주체가 사람인지 로봇인지 질문했더니 응답자의 평균 46%만 로봇이라고 정답을 맞혔다. 머지않아 취재는 인간이 하고 기사는 AI가 쓰는 분업의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쓴 단편소설 2편이 미니 SF공모전에서 1차 심사를 통과한 일도 있었다.

AI의 무서운 질주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은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세계경제포럼도 올해 초 인공지능, 로봇과학 발달로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 약 50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AI가 공상과학이 아니라 현실이 된 지금 어느 직종도 퇴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가도 개인도 시대변화를 읽고 미리 대비하는 것만이 최상의 방책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인간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배재석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