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로 바다 즐기고 오지 체험…협곡 ‘이끼폭포’선 짜릿한 힐링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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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2   |  발행일 2016-07-22 제34면   |  수정 2016-07-22
[이춘호기자의 봄여름가을겨울] 2부 여름 이야기-강원도 삼척
20160722
제1폭포에서 밧줄을 잡고 절벽을 올라가야 겨우 볼 수 있는 도계읍 무건리 이끼계곡. 접근하기 어려워 일반 관광객보다 사진·등산 동호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삼척 비경을 즐기는 한 방법‘철로’
해변은 해양레일바이크·바다열차
오지는 추추파크 운행열차로 만끽
3시간 산길 걸어 도계읍 이끼폭포
밧줄로 8m 절벽 올라야 진면목 봐


매너리즘이 없다는 삼척 바다! 말간 ‘귀태(貴態)’가 느껴진다. 그래서 삼척만의 엘레지가 있는데 그게 바로 ‘철로연가(鐵路戀歌)’다. 근덕면 ‘삼척해양레일바이크’와 삼척~정동진을 오가는 ‘바다열차’가 해변 체험용이라면 도계읍의 ‘하이원추추파크’는 강원도 오지 노선을 유럽풍으로 달리는 오지체험열차다. 세 토막을 다 품어봐야 삼척의 진미를 알 수 있다.

특히 두 달 전부터 인터넷 예약이 끝나버릴 정도로 인기절정인 해양레일바이크는 바다가 작렬하는 지금이 절정. 편도 5.4㎞, 체험시간만 거의 2시간. 간이역 같은 여러 해변을 훔쳐볼 수 있다. 정거장이 있는 용화와 궁촌 두 해변 사이 바닷가는 레일바이크로만 접할 수 있는 삼척 해변연가의 척추 부위다. 간간이 술래처럼 달려드는 해송·해풍·파도소리가 묵직한 다리 근육을 깔깔거리게 만든다.

용화해수욕장 바로 옆 정거장으로 갔다. 1시10분발 레일바이크의 페달을 힘껏 밟아 본다. 승용차 안에서 보는 바다와는 차원이 달랐다. 체험을 더욱 재밌게 만드는 건 310m 용화터널, 1천14m 초곡터널. ‘판타지 석빙고’ 같다. 루미나리에, 발광다이오드, 레이저 등을 동원해 ‘한여름밤의 꿈’을 안겨준다. 황영조 마을을 지나는 초곡터널부터는 내리막길,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된다. 용화와 궁촌 정거장에서 동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초곡터널 근처에서 궁촌 승객과 하이파이브할 수 있다. 관광객에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원평해수욕장 근처 해변은 온통 송림이다. 방사해 키우고 있는 닭들도 명물이 돼버렸다. 초곡리 임시휴게소에 도착하면 5분 정도 쉴 틈을 준다. 전망데크에서 바라 본 초곡바다. 수식어가 필요 없다. 한국이 아니라 지중해 어느 해안 같다.

◆철로가 불러주는 해변연가

좀 더 고품격 바다를 경험하려면 코레일이 2007년 론칭한 삼척~동해~정동진을 오가는 ‘바다열차’를 타면 된다. 총 네 칸으로 극장식 좌석으로 설치돼 편하게 창 밖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삼척 바다가 흠집이 별로 없는 재밌는 이유가 있다. 바닷가가 군사작전구역으로 오래 유지돼 청정하게 보호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지금도 대진항 조금 북쪽에 있는 부남해수욕장은 삼척 해수욕장 중 가장 숨겨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부남리 주민들이 군부대에 해수욕장을 오픈하자고 간청했다. 1981년 부남 제2해금강교가 가설되면서 해수욕장으로 거듭난다. 밤에는 군사작전지역. 매년 7월8일~8월15일 오후 6시까지만 일반인한테 잠깐 공개된다. 해수욕장 초입 오른쪽에 완벽한 상태로 보존된 금강송 군락지가 압권이다. 해수욕장은 마을부녀회가 관리하는데 오후 8시~다음날 오전 8시는 초병이 해안경계를 서기 때문에 민간인은 여기를 벗어나야 된다.

해양레일바이크에 만족을 못하겠다면 도계읍 심포리 ‘하이원추추파크’로 가라. 국내 첫 철도 체험형 리조트인 하이원추추파크는 2012년 6월 영동선 철도 이설로 운행이 중단된 도계역∼통리역 간 옛 영동선 철도시설 터에 조성된 테마파크다. ‘스위스형 산악열차’인 인클라인트레인, ‘레일코스터’로 명명된 레일바이크, 영국·일본·러시아 열차를 축소한 미니 열차, 추억의 증기기관차, 30동 규모 열차를 이용한 숙박시설 등이 있다.

◆삼척이 비장(秘藏)해 둔 계곡

바다가 질리면 계곡에 가면 된다. 삼척 문화관광과는 아직 관광안내도에조차 소개되지 않은 독특한 포스의 도계읍 ‘이끼폭포’를 강추했다. 그들 말로는 ‘한국판 무릉도원의 원본’이랬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삼척을 찾는 사진동호인들은 월촌리 솔섬과 촛대바위 대신 이곳으로 노선을 바꾼다. 삼척 이끼폭포는 영월의 상동 이끼폭포, 평창의 장전 이끼폭포와 함께 ‘국내 3대 이끼폭포’로 불린다.

도계읍 무건리 육백산(해발 1천244m). 그 허리춤에 숨어 있는 이끼계곡. 두리봉과 삿갓봉 사이 성황골, 백두대간 첩첩산중에 박혀 있는 ‘험계(險溪)’다. 고생을 자청했다. 숙소인 원덕읍 산양리 산양농산촌체험마을에서 출발한 지 50여분. 38번 국도 고사리에서 현불사 방향으로 들어서니 산기리(산터 마을)가 나왔다. 영동선 하고사리역 근처 석회암 채굴장(<주>태영이엠씨 삼도사업소)을 지나 길가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두고 외길을 걸어갔다. 석회암 지대인 듯 하천 물색이 빙하수처럼 옥빛이다.

1시간30분여 비포장 임도를 걷는다. 두 곳의 옹달샘과 압도하는 금강송 군락지를 엿보다 보면 귀뚜라미 소리처럼 은은하게 들려오는 폭포의 울부짖음을 감청하게 된다. 하지만 지척이 아니다. 그 소리따라 1시간 이상 더 걸어가야 된다.

폭포권으로 내려가는 이정표 발견. 하지만 거기서도 15분 더 내려간다. 너무 음습한 지대라 내리막길이 무척 미끄러웠다. 풀무질 해대는 심장, 그 심장을 어루만지는 냉랭한 이끼향. 감미로운 고통이다. 사내들은 다들 선녀 찾는 나무꾼 심정으로 묵묵히 이끼폭포를 향한다.

드디어 폭포 앞. 이럴 수가! 생각한 것보다 폭포의 위용이 밋밋하다. 그럼 그렇지! 이끼폭포는 2단 구조였다. 진짜 이끼폭포를 보려면 제1폭포 왼쪽에 드리워진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된다. 밧줄을 타고 8m 정도 가파른 절벽을 올라갔다. 악력이 약한 사람에겐 위험한 밧줄이다.

아! 햇살 한 톨 틈입하지 않는 협곡이 나타났다. 바위를 뒤덮은 이끼 때문에 폭포는 여느 폭포와 다른 질감을 보여준다. 물줄기도 하나가 아니다. 여러 갈래로 찢어져 언뜻 계곡으로 내려 온 번개 같았다. 그래서 비경이라기보다 선경(仙境) 쪽에 가깝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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