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老老케어’ 출근 이동수씨 “처음엔 귀찮아했지만 몇개월 지내다보니 서로 친해졌어요”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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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9   |  발행일 2016-07-29 제6면   |  수정 2016-07-29
전화통화를 하다보면 위로도 받아
누군가에 도움준다는 사실에 기뻐
문경 ‘老老케어’ 출근 이동수씨 “처음엔 귀찮아했지만 몇개월 지내다보니 서로 친해졌어요”
지난 25일 오전 문경시니어클럽에서 어르신들이 독거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독거노인 안부 서비스 사업’은 노인이 다른 노인들을 돌보는 ‘노노케어(老老 Care)’의 일종으로,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 일자리 창출과 독거노인 안부확인을 함께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문경시에 거주하는 이동수씨(여·73)에겐 지난해 5월부터 직업이 생겼다. 한달에 열 번 문경시니어클럽에 있는 한 사무실로 출근해 전화로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노인인 이씨가 다른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老老 Care)’의 일종으로,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 일자리 창출과 독거노인 안부확인을 함께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씨가 안부전화를 하고 있는 노인은 10여명 정도로 대부분 문경에 사는 독거노인이다. 이씨 외에도 총 10명의 노인이 교대로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이 맡고 있는 노인은 140명이 넘는다. “처음엔 당황해하거나 귀찮아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몇개월 지나고 나니까 그분들이 오히려 우리 안부를 물을 정도로 친해졌어요. 서로 친구가 된 겁니다.” 이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씨는 상담일을 하기 전 관련 교육을 받고, 매달 재교육을 받고 있다. ‘밝은 목소리와 톤을 유지한다’ ‘상담 중 실수하거나 상대방을 불쾌하게 했을 경우 사과한다’ ‘충고를 하기보다 상대방의 속마음을 경청한다’ 등 전화상담 유의사항도 숙지하고 있다.

비슷한 세대가 전화로 안부를 묻고 말벗이 돼주다 보니 수혜 어르신의 호응도도 높다. 외롭고 적적하게 살던 독거노인에게 가끔씩 걸려오는 안부전화는 깊은 위안과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

“우리 세대는 워낙 힘든 시절을 살아 노후대책이 잘 안돼 있는 사람이 많아요. 또 일제시대나 전쟁 등 역사의 아픔을 직간접적으로 겪어야 했고요. 그런 것들을 같은 세대가 아니면 어떻게 공감하겠습니까.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대화를 하면서 그분들의 아픈 부분을 어루만져주니 어르신들이 더 마음을 여는 것 같아요.”

이씨는 상담 일을 하면서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어르신 중엔 정말 가슴 아픈 상황에 처한 분도 있어요. 노년에 갑자기 실명이 와서 하루 종일 집에 혼자 갇혀 지내야 하는 분,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분 등, 그런 분들은 특별히 메모를 해놨다가 근무시간 외에도 틈틈이 전화를 드리고 있어요. 그분들은 제 전화가 아니면 웃을 일이 없거든요. 일부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전화상담 일을 하면서 이씨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전화 통화를 하다보면 오히려 제가 그분들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남녀노소를 떠나서 서로 인생의 친구가 되는 거죠. 그리고 제 나이에 이렇게 일을 하고 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쁩니다. 내가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도 생기고요. 그래서 다른 어르신에게도 ‘우리 인생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직은 할 일이 남았다’는 것을 항상 강조합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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