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옌트의 법칙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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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8   |  발행일 2016-09-28 제31면   |  수정 2016-09-28

덴마크에는 ‘옌트의 법칙’을 뜻하는 ‘옌틀로운’(옌트 마을을 다스리는 법칙)이라는 단어가 있다.

모세의 십계명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옌트의 법칙’은 △네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지 말라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가치 있다고 믿지 말라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지 말라 △네가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고 믿지 말라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안다고 믿지 말라 △네가 다른 사람보다 위대하다고 믿지 말라 △네가 무엇을 잘한다고 믿지 말라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 △누가 혹시라도 너에게 관심을 갖는다고 믿지 말라 △네가 행여나 누구를 가르칠 수 있다고 믿지 말라는 것이다.

1933년 악셀 산드모스 작가의 작품에서 처음 소개된 ‘옌트의 법칙’은 소설속 가상의 마을 ‘옌트’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남보다 잘난 척하지 말라’는 뜻이 들어 있다. 사람이 특별하거나 남보다 잘난 척했다가는 은근하게 제재를 당하는 덴마크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행동규범을 풍자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덴마크 국민의 마음속 평등을 대변하는 ‘옌트의 법칙’도 세월의 변화에 따라 현대적으로 재해석된다고 한다. 젊은 층에서 거론되고 있는 새로운 ‘옌트의 법칙’은 △모든 사람은 특별하다고 믿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똑같이 중요하다고 믿어야 한다 △네가 다른 사람보다 영리할지는 몰라도 더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은 너만큼은 잘한다고 믿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알아야 할 것들은 알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너와 동등하다고 믿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잘하는 것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믿어야 한다 △누구한테서나 무언가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에는 특별한 시상 제도가 없고, 공부 잘하는 아이를 특별하게 칭찬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란다. 아이들의 재능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모두를 존중해야 한다는 덴마크의 평등 교육에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유다. 덴마크의 평등은 어릴 때부터 몸과 마음으로 배우는 ‘옌트의 법칙’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아이들의 특별성을 검증하는 수단의 하나인 대학 수능을 50일가량 앞두고 ‘옌트의 법칙’이 살포시 생각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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