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김영란법 소상공인 외면 말아야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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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11   |  발행일 2016-10-11 제38면   |  수정 2016-10-11
[취재수첩] 김영란법 소상공인 외면 말아야

최근 지역의 최대 화두는 ‘김영란법’이다. 어딜 가나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

한 사람이 “공무원이랑 밥도 먹으면 안 된담서?”라고 물으면 “3만원 이하 식사는 괜찮지 않나?” 하고, “안 될걸. 직무와 관련됐으면 위법일걸?” 하고 질문만 많고, 누구도 속 시원한 답을 못한다.

지난달 시행에 들어간 일명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의 목적은 비정상적인 접대와 청탁문화를 근절하고 부정부패를 없애자는 것이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지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 시행 전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났다. 법 시행 전 소비위축이 국가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식사는 3만원 이하, 선물은 5만원 이하, 경조사비는 10만원 내에서 허용하는 등 보완을 했지만, 김영란법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그동안 명절 때나 관례 혹은 인사치레로 해오던 일들에 영향을 주면서 전 국민의 일상생활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 법이 공무원을 비롯한 교직원, 언론사 등과 그 배우자를 포함해 약 400만명의 대상자에게만 한정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일반인도 이들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수수금지 금품을 제공하면 이 법에 걸린다. 대상자들은 시범 케이스로 걸릴까 몸을 낮추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판례가 쌓일 때까지 조용히 있는 것이 상책’이란 해결책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러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역의 식당가는 물론 화훼업계에 경제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봉화지역은 현재 30여 농가가 거베라, 국화, 안개꽃 등 화훼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봉화 거베라’는 봉화군이 수년 전부터 집중적으로 육성해 지금은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거베라는 국화과에 속하는 꽃으로 색이 화려해 주로 축하용 화환에 사용되다 보니 이번 김영란법에 직격탄을 맞았다.

꽃집들은 사정이 이보다 더하다. 심지어 업종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한 화훼업자는 “법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더 숙고를 하고 법을 시행해야 되는데, 김영란법은 일단 시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책을 찾아보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그동안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지. 지금은 김영란법 안정기가 올 때까지만이라도 구제대책이 마련되길 바랄 뿐”이라고 성토한다.

지금까지 공직자와 관련된 부정청탁과 접대문화는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김영란법과 같이 강한 규제 수단이 강제되어야 한다는 데도 공감한다. 하지만 목적과 방향은 옳았지만, 시행 방법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시행된 김영란법은 위법을 가르는 기준이 단순히 금액이다. 선물의 특성이나 업무의 특수성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오로지 금액으로만 기준을 삼으니 소상공인과 같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부디 김영란법의 목적인 청탁문화를 근절하고 부정부패를 없애는 것에 충실하길 바라 본다.

황준오기자<경북부/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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