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남의 돈 100원도 내 돈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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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10

지난해, 기자는 도청 간부의 관사 집기 구입에 관한 기사를 썼다.

집기 구입이 잘못이라고 쓴 것도 아니고, 항목과 금액을 알리는 정도로만 썼다. 그 기사를 쓰고 “그분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런 걸 갖고 기사를 썼냐. 별로 비싸지도 않은데…”라는 주위의 농담 반 진담 반 핀잔도 들어야 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집에 금송아지 수백 개가 있다고 해도, 그 금송아지 팔아 집기를 산 것은 아니지 않은가.

공금으로 관사 집기를 구입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든 관행이든 ‘있는 그대로’ 알리고 싶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가전제품 내구연한 따위는 무의미하다는 많은 도민들에게, 도청 이전 후 갑작스러운 두 집 살림에 세간도 제대로 못 갖추고 살았던 일부 직원들에게, 선착순 특가 선풍기 한 대 사보겠다고 한여름 가전제품 대리점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었던 사람들에게…. 판단은 독자의 몫이었다.

기사에 거론된 이에겐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그 한 사례만 콕 집어서 쓴 것은 미안하다. 특정인에게 국한된 일은 아닐 테고, 더한 사례도 있을 테니…. 불쾌하겠지만, 왕관의 무게라 여겨주길 바란다.

최근 기자가 경북테크노파크 임차료 문제에 대해 쓴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선 그간 많은 언론에서 기사로 다뤄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덮고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19년 전 작성된 확약서와 계약서를 입수해 보니 어이가 없었다. 처음엔 어떤 조건 없이 성실하게 부지를 제공한다는 확약이었다. 그런데 얼마 뒤 작성된 계약서엔 갑(영남학원)과 을(경북TP), 임차료가 등장했다. 계약서 조항은 경북TP가 임차료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묶어놓고 있었다.

법률 전문가의 섬세한 손길을 거친 듯한 계약서는 누가 봐도 갑 쪽에 유리해 보였다. 이 계약서를 보고도 산·학·관 협력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붙일 수 있을까. 임차료가 공금이 아니라 내 돈 나가는 것이라면, 저런 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말았을까. 따지고 또 따져보지 않았을까.

경북TP 측에선 10년의 적폐가 이번에 해소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몇년 뒤엔 다시 협약을 해야 하고 경북TP가 존속하는 한 계속 임차료를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누구에게 돌을 던져야 할까. 19년 전 계약 당사자 중엔 이미 돌아가신 분도 있는데…. 답답할 따름이다.

탄핵정국이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든, 세상이 바뀌든 권한과 책임을 가진 자에게 요구되는 자세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남의 돈(세금·공금) 100원도 내 돈같이 써야 한다는 것, 그 100원에 많은 이의 땀과 고생이 서려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노진실기자<경북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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