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구미술관과 석재 서병오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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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9   |  발행일 2017-01-19 제23면   |  수정 2017-01-19
[취재수첩] 대구미술관과 석재 서병오
김봉규 <문화부 부장>

기자생활을 하면서 종종 크고 작은 보람을 느끼곤 한다. 얼마 전 언론보도에서 대구미술관이 ‘대구미술을 열다- 석재 서병오’(2월21일~5월14일)라는 전시를 통해 대구미술사는 물론 한국미술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걸출한 서화가 석재(石齋) 서병오(1862~1936)를 조명한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매우 기분이 좋았다.

서병오는 10여년 전 문화부 미술담당 기자로 있으면서 알게 되었다. 생전에 ‘시서화 삼절(詩書畵 三絶)’‘팔능거사(八能居士)’로 불리며 활동한 희대의 예술가인 서병오의 삶과 작품, 그리고 그 가치를 아는 많은 예술인이나 지식인들로부터 기사를 통해 그를 조명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에 대한 조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년 후 자료를 모으는 등 준비를 해서 영남일보에 30회 정도 연재(2011년 9월~2013년 1월)를 했고, 그 내용을 토대로 ‘석재 서병오’라는 책으로도 출간됐다.

연재 등을 계기로 2012년 석재기념사업회(회장 이의익)가 발족돼 해마다 기념 전시회와 세미나 등을 여는 등 현창사업을 나름대로 해오고 있으나, 서예계를 비롯한 대구 예술계의 뜻과 대구시의 지속적인 관심을 제대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도 한동안 석재기념관 마련을 위한 공간을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등 관련 사업이 상당히 진척되기도 했으나 책임자들이 바뀌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5월 새로 취임한 대구미술관 관장(최승훈)을 찾아가 석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책 ‘석재 서병오’도 읽어보라고 주면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인 대구미술관이 석재 작품전을 열어 제대로 된 조명을 하면 석재의 존재를 드러내고 그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부탁한 것이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렇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석재 작품전 기사를 본 것이다. 너무나 반가웠다. 감동적이기도 했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음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관장은 제대로 된 전시회를 위해 석재 작품 주요 소장자들을 일일이 직접 찾아가 협조를 부탁하는 등 최선을 다해 동참을 얻어냈다고 한다. 관련 심포지엄도 함께 진행될 이번 전시회는 석재의 삶과 작품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가졌던 그동안의 아쉬움을 달래줄, 의미있는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서병오 현창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더욱 보람을 느낄 전시회가 될 것 같다.

이번 전시에 관계하는 사람들 모두가 개인적 욕심을 접어두고 끝까지 잘 협조함으로써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그래서 이번 전시가 석재를 본격적으로 조명하고 현창하는 일의 또 다른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대구미술관도 석재 관련 사업을 이번 한 번으로 끝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석재기념관도 마련되고 석재의 삶과 작품을 활용한 뮤지컬, 오페라, 영화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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