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에 줄 선 공직자·교수들, 지금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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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1   |  발행일 2017-03-21 제31면   |  수정 2017-03-21

대선이 4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특정 정당에 줄 서는 공직자와 대학교수들이 많아 문제다. 특정 정당의 대선후보가 계속 앞서 나가면서 그 후보측 경선캠프에 남몰래 다녀가거나 경선캠프 핵심인사에 줄을 대는 고위 공직자들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차기 정부서 수행할 개발사업이나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유력후보 캠프에 전하거나, 특정 후보의 측근을 소개해 달라고 하는 등 정치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적잖은 정부 관료들이 정치권 줄 대기에 신경 쓰면서 국정 추동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정부관료들의 특정 대선후보 줄서기는 공직자의 정치 중립을 규정한 법규 위반행위다. 국가공무원법(65조)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치운동 금지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의 경선캠프에 가담한 정치교수, 이른바 폴리페서는 벌써 1천명이 넘는다는 말까지 들린다. 학생을 위한 강의와 연구에 진력(盡力)해야 할 교수들이 정치판에나 기웃대고 있으니 그야말로 곡학아세(曲學阿世)나 다름없다. 정치교수들의 목적은 알다시피 새 정부에서 한자리 차지해 보려는 것으로, 교육자의 양심과 도덕성을 저버린 행위다. 학문의 장인 대학을 진흙탕 정치로 오염시키고,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이처럼 특정후보쪽 줄서기가 도를 넘자 급기야 경쟁정당에서 지난 17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대학교수, 공무원 등을 무더기로 줄 세우며 세를 과시하는 구태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역대 대선 때마다 유력주자에게 줄을 서는 고위공직자와 폴리페서가 없지는 않았다. 2002년 대선 때에도 당시 유력주자였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고위 공직자와 교수들이 줄을 서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나라 안팎의 사정이 이전과는 달리 예사롭지 않다. 내수부진에 따른 저성장 기조 속에 중국의 사드보복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행 등 이른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비상시국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국에 공직자와 교수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의 입신양명(立身揚名)만을 꾀하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치교수들과 일부 관료들도 문제지만 이런 구태 3류 정치를 버젓이 자행하는 정치권은 더욱 각성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이 난국에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인지 거듭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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