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로시간 단축, 中企 피해 줄일 보완책 있어야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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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9   |  발행일 2017-03-29 제31면   |  수정 2017-03-29

국회가 추진하던 근로시간 단축안 입법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그제(27일) 고용노동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국회가 별 소득없이 논의를 접은 것은 주요 쟁점에서 여야 4당 간의 이견차가 큰 탓도 있겠지만, 이날 중소기업단체장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시간 단축안에 강하게 반발한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회가 재계와 노동계의 여론 수렴이나 면밀한 검토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자 한 발 물러선 셈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진 사안이기는 하다. 근로자들의 장시간 근로를 줄여주고 극심한 실업난을 완화하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한국의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천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둘째로 길지만 노동생산성은 최하위 수준이다.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면 근로시간 단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유지와 창출을 위한 대안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안 그래도 불황에 허덕이는 우리 산업계가 이를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피해가 집중된다는 게 가장 문제다. 주 5일 근무가 정착돼 있는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지금도 구인난에 시달리는 탓에 소속 근로자들이 초과근무를 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특히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대구는 24시간 공장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 일손 부족이 더욱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또한 근로자의 임금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면 기업 부담이 연간 12조3천억원 늘어나며 이 중 70% 정도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11만~19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길 경우 기존 근로자의 급여는 13%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가 근로시간 단축안 논의를 대선 이후로 넘긴 것은 바람직하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든 법과 제도라고 해도 현실에 맞지 않으면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산업계는 물론 사회적 공감과 합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기업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일이 없도록 보완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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