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규의 읽기 세상] 화원 꽃뜰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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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21


화원 꽃뜰 유치원 이름에

지역명 ‘화원’을 고집한

젊은 엄마들의 마음속엔

“나라가 무엇을 해주었나”

강한 항의가 담겨 있었다

대구교육대 국어과 교수
몇 년 전 일입니다. 교육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신설 유치원 명명(命名) 위원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옛날 한 선배 교수가 지하철역 명명 위원으로 참여해서 맹활약(?)을 했다는 무용담을 들은 적이 있긴 했습니다만 저에게 그런 요청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전공이 어학이 아니라 문학이기도 했고, 평소 교육청과는 별 협력이 없었던 터였습니다. 호기심도 생기고 해서 참석을 했습니다. 회의 안건은 한 개였습니다. 방청객들도 많았고, 뭔가 비장한 분위기마저 감도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구시 달성군 화원(花園)읍 소재 화동(花東)초등학교에 유치원이 하나 신설되었습니다. 이른바 단설 유치원입니다. 화원초등학교에 설치된 병설 유치원과 화동초등학교에 설치된 병설 유치원이 하나로 통합되게 된 것입니다. 화동초등학교 교정 부지에 세워졌으니 ‘화동유치원’으로 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더니 사안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화원초등 쪽의 학부모들이 결단코 그 이름을 거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화원유치원’으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이미 사립 유치원이 그 이름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 ‘꽃뜰 유치원’인데 그 이름이 어떻겠냐고 교육청 실무 쪽에서 물어왔습니다. 좋다고 그랬습니다. 화원을 우리말로 옮기면 꽃뜰이 되니까 지역 대표성을 확보하면서 예쁜 우리말 이름을 얻게 되는 일거양득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복병(伏兵)이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그 지역 시의원이 ‘화원 꽃뜰 유치원’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지역 민심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화원’이 ‘꽃뜰’인데 그렇게 이중으로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학교나 유치원 이름을 지을 때는 특히 비문법적인 발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학교(유치원) 이름 짓기도 교육이니 그런 비교육적인 행위는 절대 금물이라고 애써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 부분을 자문(諮問)하려고 국어국문학 전공자를 부른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무가내였습니다. 결국 표결로 갔습니다. 4대 4 동수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는 위원장(부교육감)이 정한다고 규칙에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위원장이 ‘화원 꽃뜰 유치원’ 쪽으로 손을 들었습니다. 당시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로 사람을 부르지 말라며 화를 내면서 자리를 박찼습니다.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더 불쾌했습니다. 사람을 불러놓고 ‘업어다 난장 맞히는’ 꼴을 만든 게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어쨌든 그 일 이후로 교육청에서 제게 전화 오는 일은 아주 없었습니다.

그 일 이후로 주변 젊은 엄마들의 유치원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게 되었습니다. 병설 유치원 추첨에서 떨어져 낙심하고, 차선책으로 집 주변 사립 유치원 중에서도 평판이 좋은 유치원(사과나무 유치원)에 보내고 싶었는데 그것마저 좌절되어 크게 낙담하는 엄마를 아이가 오히려 다른 유치원(복숭아나무 유치원)을 찾자고 위로한다는 ‘복숭아나무를 찾아서’라는 글도 그래서 쓰게 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많이 몰랐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시의원의 ‘지역 민심 대변’도 비로소 이해가 되었습니다. 단설 유치원 건립이 그 지역의 큰 민원 사업이라는 것, 그리고 젊은 엄마들에게는 ‘화원’이 아주 중요한 기호가 된다는 것도 늦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화원 꽃뜰’에 환호성을 지르던 방청석의 젊은 엄마들의 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들이 ‘화원’을 고집한 것은 단순히 ‘화동’과의 ‘이름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화원’을 고집하는 마음속에는 “나라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 줬는가?”라는 강한 항의가 담겨 있었습니다. 나라가 인정한 땅은 오직 ‘화원’뿐입니다. 그 대표 이름을 가져야만 엄마들은 믿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나라의 보호와 양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대구교육대 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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