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천국에서 보내 온 편지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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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6   |  발행일 2017-06-16 제23면   |  수정 2017-06-16

우리나라의 천국에서 보내 온 편지 얘기다.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 1340 느린우체통’이 노부부의 사랑을 뒤늦게 전달해 눈길을 끈 사연이다.

2014년 10월 가족과 함께 리조트로 여행을 갔던 70대 할아버지는 1년 뒤에 할머니에게 전달될 엽서를 작성해 느린우체통에 넣었다. 하지만 1년을 몇개월 앞둔 이듬해 6월 할아버지는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가족여행의 추억을 담은 엽서를 찾는다는 애타는 사연을 접한 우체국측은 1년이 넘지 않았지만 우체통에서 엽서를 찾아 유족들에게 전했다. 할아버지 유족들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낸 할아버지 엽서는 천국에서 보내 온 거나 다름없고, 할머니에게 큰 힘이 됐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외국의 천국에서 보내 온 편지 사례다. 2015년 영국 일간지 미러는 미국의 한 소녀가 죽은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 답장을 받은 사연을 소개했다. 당시 미러 일간지는 ‘애쉴린 말라키노 소녀의 아버지는 2010년 동맥류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10세가 되기 전에 소녀의 아버지는 감옥 생활을 한 탓에 아버지와는 1년가량 생활했지만 아버지를 향한 소녀의 사랑은 대단했다. 소녀는 2010년부터 4년간 돌아가신 부친의 생일날에는 편지를 써 하늘로 풍선을 띄웠다. 이후 아버지에게서 답장이 오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알고 보니 소녀가 쓴 편지가 든 풍선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오번이라는 마을에 떨어졌고, 풍선을 발견한 식당 주인이 답장을 쓴 것이었다. 그녀가 받은 편지는 “아빠를 매우 그리워하는구나. 나도 그립다. 그리고 너를 사랑한다. 정말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천국에서 보내 온 편지가 있다면 우리가 천국으로 보내는 편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천국에서 보내 온 편지는 현재가 아닌 미래에 도착하고, 반면 천국으로 보내는 편지는 오늘이 아닌 어제쯤 도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e메일, 카톡, 휴대폰 문자가 판을 치는 세상에 천국으로 보내는 편지 한 장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편지를 받는 사람이 부모, 자녀, 형제, 자매, 가까운 지인이라도 괜찮다. 편지를 받는 이들은 천국에서 보내 온 편지보다 천국으로 보낸 편지를 더 좋아할 수도 있을 테니깐.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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