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정부 일자리 정책, 공약에 얽매이지 말아야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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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6   |  발행일 2017-06-26 제31면   |  수정 2017-06-26

문재인정부의 최대 화두는 ‘일자리 창출’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임기 5년 동안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며 국민에게 어필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직접 일자리위원장을 맡고,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마련한 데서도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은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는다.

다만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고 공약 또는 숫자에 얽매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저임금만 해도 그렇다. 2020년까지 시급 1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게 대선 공약이다. 하지만 공약을 지키려면 매년 15.7%씩 올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론 거의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소상공인들이 이처럼 가파른 임금인상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의 경영악화나 폐업으로 이어지면 일자리는 되레 줄어들 개연성이 커진다. 이른바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도 신중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임기 동안 17만4천개, 올해 1만2천개의 공무원 증원을 예고했다. 이 경우 5년간 40조원의 추가 재정 부담이 생긴다는 주장도 있다. 퇴직 후 받게 될 연금까지 감안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무원의 지속 일자리 비중은 92.7%나 되고, 전체의 62.2%가 10년 이상 근속한다. 공무원 채용이 재정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준다는 의미다. 11조원의 일자리 추경이 국회서 발목이 잡힌 이유도 공공부문 증원에 대한 야당의 반발 때문 아닌가.

비정규직 제로 정책도 노동시장을 경직시킨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업무 특성상 외주(外注)가 불가피한 업종도 있고, 파트타임 근로를 근로자 본인이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일률적으로 정규직화만을 고집할 경우 기업이 오히려 신규 채용을 줄일 소지가 다분하다. 그나마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민간부문까지 다 정규직화 하라는 건 아니다. 7월 중 전면적 실태조사를 통해 맞춤형 방안을 제시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것은 다행이다. 물론 상시적이거나 안전과 관련된 업무는 정규직으로 돌리는 게 바람직하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원론적으론 옳은 방향이라 하더라도 성급하게 밀어붙이거나 공약에만 집착한다면 성과는커녕 부작용만 초래한다. 민간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하고 공정한 룰을 적용해 투자를 유도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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