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갑질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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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2   |  발행일 2017-07-22 제23면   |  수정 2017-07-22

최근 한 개그맨이 ‘갑질이야’란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될 만큼 우린 ‘갑질 사회’에서 살고 있다.

갑질은 갑을관계에서 갑의 지위를 이용해 약자에게 가하는 부당한 폭력이다. 자유와 평등을 기본 가치로 삼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차별 행위이며,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적폐다.

최근 국내 굴지의 모 제약사 회장이 자신의 수행 운전기사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다는 녹취 파일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불과 몇 년 전에도 일명 ‘땅콩 회항사건’으로 사회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이 외에도 본사가 대리점에 저지르는 횡포,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자행하는 단가 후려치기, 백화점 주차 요원의 무릎을 꿇리고 폭언을 한 모녀, 제자에게 인분을 먹인 교수 등 갑질은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일상은 인간관계의 연속이며, 갑을관계는 인간관계에서 언제나 존재한다. 전화상담원과 고객,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과 손님의 관계처럼 항상 상대적인 위치가 있게 마련이다. 즉 우리는 갑이면서 을이 되는 생활 속에 살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갑의 위치에서 흔히 하는 통념적인 행동들이 을의 입장에서는 부당한 일이 될 수 있고, 묵시적인 강요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우월적 지위의 남용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있었다. 조선시대 백성들은 신문고나 격쟁(擊錚)을 통해 신분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대우를 고발했다. 신문고와 격쟁은 신분을 사회 근간으로 하는 조선 사회에서 획기적 제도였다. 신분에 따른 차별 행위를 부당하게 여긴 점만으로 훌륭하다. 호소하는 약자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줬다는 점에선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기본권’이라는 개념이 없던 전근대 사회에서도 사회 안정에 관심을 가진 사상가들이 도의적 호소를 통해 강자에 의해 저질러지는 부당한 횡포를 막고자 했다.

서양 철학자 칸트는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적 원칙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고 언명했다. 서로를 도구적 ‘수단’이 아닌 존엄한 ‘인격’으로 대우하라는 의미다.

대한민국 사회의 일그러진 얼굴을 대표하는 단어로 자리 잡은 ‘갑질’. 갑의 횡포로 을이 눈물을 흘리는 구시대적 적폐는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 갑질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공정사회 실현도 결국 어렵다. 마준영 경북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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