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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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4   |  발행일 2017-07-24 제30면   |  수정 2017-07-24
[기고]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박기환 한국예탁결제원 대구지원장

와디(wadi)는 아랍어로 사막에 흐르는 간헐천을 뜻한다. 평소 길로 이용되다가 호우가 내리면 하천으로 변하고 지하수면에 가까워 취락(오아시스)이 발달한다. 창업벤처기업에 자금조달은 사막의 와디처럼 생명의 젖줄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어도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창업벤처기업을 지원하고자 2015년에 시행됐다.

크라우드펀딩이란 대중(crowd)과 자금제공(funding)의 합성어로 ‘온라인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소액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크라우드펀딩이 급성장한 배경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를 가능케 한 web 2.0의 기술과 인디고고(2008년), 킥스타터(2009년) 등과 같은 전문중개업자가 등장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위험관리 강화를 위한 대출축소 등에 기인한다.

미국 리서치회사 매솔루션(Massolution)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모집총액은 2015년 34조달러이고 최근 3년간 연 135%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지역의 성장률이 가장 높다. 세계은행도 한 보고서를 통해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대안금융으로서의 크라우드펀딩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도 이러한 크라우드펀딩의 성장성과 대안금융으로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국의 2012년 JOBS법을 모델로 2015년 말에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법제화했다. 이 제도는 기업이 모집한 자금의 대가로 투자자에게 주식, 채권 등과 같은 증권을 발행해 주고 배당이나 이자와 같은 금전적 보상을 지급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해부터 크라우드펀딩 중앙기록관리기관으로서 기업, 투자자, 중개업자 및 정책감독당국이 연계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운영의 핵심역할을 수행하며 크라우드넷(Crowdnet)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모든 중개업자 정보, 펀딩정보, 발행 및 투자한도 정보, 통계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시행 초기임을 감안할 때 대안금융으로서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지난해 1월25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17개월간 총 197개 기업이 펀딩에 성공했고, 1만3천여명의 투자자로부터 294억원을 조달했다. 기업별 평균 조달금액은 1억4천만원이고 누적 펀딩 성공률은 약 53%로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성공률(약3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펀딩 성공기업 중 3년 미만의 기업이 65%로 업력보다는 사업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은 아직 제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68개 기업이 펀딩을 시도하여 197개가 성공했지만 지역의 경우 14개 기업 중 3개 기업만 펀딩에 성공했다. 지역의 창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도 확산을 위해 창업벤처기업 지원기관간 보다 긴밀한 협업체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창업벤처기업의 관점에서 지원과제를 논의할 수 있는 지원기관협의체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이 제도가 사막의 와디처럼 대경지역의 창업벤처기업을 위한 생명의 젖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박기환 한국예탁결제원 대구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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