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박물관] (하) 의성 조문국박물관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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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8   |  발행일 2017-09-08 제10면   |  수정 2017-09-08
지역 출토 문화재 보고…복합문화 즐기는…‘2色체험’ 가능한 强小 박물관

최근 세계 박물관의 흐름은 쇼케이스에 의존하는 단순한 관람 차원이 아니라, 관람객(어린이)의 시선에서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요소의 도입을 더 이상 미루지 않는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추어 체험이 가능한 전시기법을 도입해 기대 이상의 성과로 주목받고 있는 국내 박물관이 있다. 바로 조문국박물관이다. 신은이 학예사는 조문국박물관의 인기 비결에 대해 “놀이와 체험을 병행할 수 있는 교육공간 조성에 주력한 결과”라며 “연간 10만명 이상의 가족단위 관람객이 찾는 작지만 강한 박물관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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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 금성면 대리리 45호분에서 출토된 뒤 조문국박물관이 관리를 위임받은 금귀걸이는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금귀걸이와 유사하다. 금동관모도 경주지역에서만 출토되었을 뿐, 다른 지역에서 출토된 사례는 의성이 처음인 것으로 확인돼 학계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의성군 제공>

문화재청은 지난해 조문국박물관을 국가귀속 발굴매장문화재 보관관리기관으로 선정했다. 1년이 지난 현재 박물관은 지역에서 발굴된 매장문화재를 3천점 이상 인수했다. 1년 만에 박물관 유물이 3천점 이상 증가하는 보기 드문 기록을 남긴 셈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발굴된 매장문화재는 대부분 보관상의 이유로 국가에 귀속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런 점에서 소규모 농촌지역 지자체가 건립한 조문국박물관이 이들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조문국박물관이 지역에서 출토된 국가귀속문화재를 지역에서 관리 및 전시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방에서 발굴된 문화재는 중요성을 인정받는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립중앙박물관이나 발굴기관 박물관 지하 수장고로 들어간다. 이 유물들이 관람객을 만나기 위해 전시실에서 다시 빛을 보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확률’과 비슷하다.


지난 1년 유물 3천점 이상 인수
금성산고분군 출토 금동관모 등
5천673점 유물 전시 준비 한창


사실상 조문국 출토 매장문화재 역시 이 같은 전철을 밟게 되어 있었다. 이런 사실은 안 지역민들은 2007년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지역의 고대 유물이 보관상의 이유로 외부에 흩어져 있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조문국 유물을 되찾아 오는 것 자체가 지방문화 주체성 회복의 상징”이라며 박물관 건립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13년 조문국박물관이 개관했다.

최근 1년간 인수한 유물도 2016년 금성면 대리리 45호분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을 비롯해 5개 유적에서 544점이나 된다. 유물들이 지닌 가치도 녹록지만은 않다. 대리리 45호분에서 출토된 금귀걸이는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금귀걸이와 유사하다. 당시 의성지역과 경주지역의 교류 정도를 알 수 있다.

올해는 신라본역사지움조성사업(조문국지구) 지구인 금성산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 2천671점을 인수했다. 금동관모는 그동안 경주지역에서만 출토됐을 뿐, 다른 지역에서 출토된 사례로는 의성이 처음이다. 고대 의성지역에 경주에 버금가는 막강한 세력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로 학계의 관심을 고조시킨 바 있다.

금성산고분군 외 3군데에서 출토된 유물 3천251점을 포함해 조문국박물관이 보유한 유물은 모두 5천673점에 이른다. 조문국박물관 측은 향후 지역에서 발굴된 많은 유물이 박물관에 위탁 보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시환경 개선을 위한 구조변경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관람객들에게 의성의 역사와 함께 다양한 유물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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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적 측면만 강조된 기존 박물관 형식에서 탈피해 놀이와 체험을 병행한 교육을 기본 개념으로 도입한 조문국박물관 물놀이장 전경. 이 시설은 지난여름 임시개장해 가족단위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의성군 제공>

조문국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개관(2013년 4월) 4년을 조금 넘긴 지난 5월27일 40만명을 기록했다. 인구 5만6천여명에 불과한 농촌 소규모지자체가 일궈낸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인지도와 접근성 등 지방의 작은 박물관이 가진 다양한 악조건을 극복하고, 최근 4년간 지역 인구의 8배에 가까운 관람객이 의성을 찾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역이 가진 자원(박물관 규모, 소장 유물, 관련 예산 등)과 자본(조문국 인지도, 접근성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하게 발상을 전환하고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됐기에 이례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실제로 조문국박물관에는 ‘특정 계층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기존 박물관과의 차별성이 존재한다. 어린이들이 쉽게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안배한 ‘어린이고고학발굴체험관’ ‘공룡놀이터’ 등과 동반한 성인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그것이다.


5월 기준 관람객 40만명 돌파
물놀이장·공룡놀이터 등
어린이 친화시설 많아 ‘각광’



놀이를 통한 교육이 가능한 이들 공간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저학년 단체관람객을 비롯해 가족단위 관람객의 발걸음을 견인한 주역이다. 교육적 측면만 강조된 기존 박물관에서 탈피해, ‘놀이와 체험 등을 병행한 교육’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하루 평균 250~300여명에 이르는 관람객 유도’라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 발상의 전환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 같은 가시적 성과는 지역민들에게 지역 고유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박물관 앞 공간에 물놀이장을 임시 개장해 가족단위 방문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1개월 남짓한 기간에 가족단위 관람객 1만8천여명이 찾았다는 것은 조문국박물관이 문화공간의 체험과 휴식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복합문화체험공간으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의성군은 이 정도 수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박물관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박물관 인근에 건립 중인 의성문화체험관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내년쯤에는 사계절 내내 관람객이 찾는 시설로 명실상부하게 지역 관광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우뚝 세우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성=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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