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꼴통 늑대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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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9   |  발행일 2017-10-19 제35면   |  수정 2017-10-19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론스타 문제를 끄집어냈다. 심 의원은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론스타 소송의 핵심 증인인 스티븐 리가 12년 동안 도주하다가 지난 8월 이탈리아에서 검거됐지만 10여 일 만에 석방됐다”며 국무조정실의 책임을 추궁했다. 미국 댈러스에 본사를 둔 론스타는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한국에 진출,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해 거액을 남겨서 되팔고 나갔다. 우리에게 외환위기를 틈탄 대표적인 먹튀로 알려져 있다. 2006년 감사원은 당시 은행장 등 경영진이 외환은행의 부실을 최대한 부풀려 헐값에 론스타에 넘겼다고 지적했다. 론스타는 은행 인수 자격도 없으며, 은행 경영진이 BIS비율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후에 수사가 진행됐으나 정·재계 고위직들의 헐값 매각 관련 비위를 밝혀내지 못했다. 론스타 경영진에도 책임을 묻지 못했다. 결국 스티븐 리로부터 로비를 받은 정·재계 인사들이 작당해 막대한 국익을 유출시켰는데도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론스타(lone star). 굳이 우리말로 하면 ‘외로운 별’쯤 되겠다. 혼자만의 착각인지 모르나, 외로운이라는 말에는 왠지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가 들어 있는 듯하다. 그냥 단순하고 메마른 어휘는 아닌 느낌이다. 고독이나 그와 관련된 낭만적 요소 같은 것이 숨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뭔가를 부추기는 힘도 있는 것은 아닌지.

IS가 위력을 떨칠 때 전 세계의 성인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현상에 놀랐다. 이슬람과 아무 관련이 없는 젊은이들이 IS에 동조하고 나서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이었다. 하필 언론은 이들을 외로운 늑대로 불렀다. 외로운이라는 말의 뉘앙스가 젊은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부추기는 힘을 발휘하지 않나 하는 걱정은 필자 혼자만의 기우였을까? 취업절벽과 금수저·흙수저에 절망해 나라를 헬조선이라 칭하는, 불만 투성이의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우리나라도 외로운 늑대 발생을 걱정해야 했다.

마침 IS의 상징적 수도인 시리아 락까가 무너졌다는 소식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공공의 적인 IS의 몰락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제에 IS 같은 불량 단체나 론스타 같은 위해 회사 관련 명칭을 우리말로 표현할 때는 거기에 어울리는 단어로 표현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외로운 대신 고집불통이나 꼴통 등으로.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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