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馬不停蹄(마부정제)를 새겨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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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31   |  발행일 2017-10-31 제31면   |  수정 2017-10-31
[CEO 칼럼] 馬不停蹄(마부정제)를 새겨야 할 시기다

산과 들이 색동옷을 걸쳐 입는 완연한 가을이다. 언제나 그렇듯 가을은 아름다움 외에 풍요로움을 선물한다. 봄철 땀으로 심은 씨앗이 여름의 찌는 더위와 세찬 폭풍우를 견디고 농부의 품에 안기듯 10월은 모든 이에게 결실을 안긴다. 그래서일까.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불리기도 한다. 하늘이 높이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높고 말(馬)은 살을 찌운다는 의미로 모든 이에게 썩 좋은 시기라는 의미다.

실제로 말(馬)은 가을이면 체중이 는다. 교배가 시작되는 봄이면 살이 빠지고 여름에는 더워서 찌울 틈이 없다보니 날이 추워지는 겨울을 견디기 위해 가을철 최대한 에너지를 비축해야 한다. 사계절 쉼 없이 모래 위를 질주하는 경주마라 한들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말의 게으름을 탓하는 이는 없다. 이듬해 좋은 새끼를 낳거나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지금은 절기로 분류하면 상강(霜降)에 속한다. 우리의 옛 선조들은 이때쯤이면 손을 놀리고 풍류와 단풍놀이를 즐기며 국화주와 국화차, 국화전을 만들어 먹곤 했다. 이런 풍습들은 지금도 우리 몸에 내재돼 이 시기가 되면 마음이 들뜨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여행객들로 전국의 산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천고마비’가 가을을 의미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반면, 이 말의 유래가 중국 은나라 때 흉노의 침입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척박한 초원을 근거지로 유목 생활을 하던 흉노족은 초원이 온통 얼어붙는 겨울을 견뎌내고자 농민들을 종종 약탈했다. 때문에 농민들로선 하늘이 푸르고 (흉노족의) 말이 살찌는 가을이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변경에다 만리장성을 쌓는 등 침략에 대비해야 했다.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교훈이 여기에 숨어 있다. 즉 풍요로움에 안주하지 말고 곧 닥쳐올 엄동설한에 철저히 대비하라는 것이다. 이는 국내 말(馬)산업을 놓고 한국마사회 임직원과 현장 관계자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다행히 말산업은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의 노력으로 성장세를 걷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국내 말산업 규모는 이미 3조4천억원을 넘었다. 단일 축종으로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국내 말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한국마사회는 올해도 다방면에서 최선의 노력을 펼쳐왔다. 해외 인턴십 사업 참가자 전원의 현지 취업을 도왔고, 제주도 2개 초등학교를 승마 시범학교로 선정·운영함으로써 학교체육 내 승마 도입의 발판을 다졌다. 동시에 승마대회 지원 사업 운영 개선을 통해 국내 승마의 활성화를 도모했고, 교육·레저 박람회, 말산업·승마 체험 프로그램 운영으로 말산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한층 끌어올렸다. 현장을 방문하며 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던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럼에도 말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여전히 해결해야 될 부분이 많다. 말산업 국가 자격자의 승마장 진출이 더욱 활성화돼야 하며, 농가를 막고 있는 법적·제도적 제약들도 하나하나 해소해 나가야 한다. 그 외에 인적·물적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도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할 난제다. 그러나 이는 결코 단일 기관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관계기관 및 관계자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올해는 제2차 말산업 육성 종합계획이 발표되는 해라는 점을 명심해 둘 필요가 있다.

마부정제(馬不停蹄)라 했다.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정진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가을에는 말산업 관계자 모두가 초원 위 말(馬)들처럼 다가올 겨울을 위해 체력을 비축한다는 생각으로 고민과 근심은 잠시 내려놓고 일상에 휴식을 취하되 이 네 글자는 가슴에 꼭 새기었으면 한다. 이양호 (한국마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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