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효리네~ ’ 유감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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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4   |  발행일 2017-11-14 제30면   |  수정 2017-11-14
복잡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작용하는 저출산 문제
법적 정비만으로 효과 미미
인기프로 ‘효리네 민박’에
아이 있었다면 영향 컸을것
[화요진단] ‘효리네~ ’ 유감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영주-문경-예천)에 따르면, OECD 주요국의 합계출산율은 프랑스가 지난 4년간 1.9, 일본은 1.4, 영국은 1.8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1.24, 2016년 1.17에 이어 올해는 1.03을 기록할 예정이어서 주요국들과 달리 해마다 출산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출생아수의 경우 우리나라와 인구가 비슷한 영국·프랑스는 평균 80만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인구 5천100만명인 우리나라는 작년에는 40만6천명, 올해에는 36만명으로 예측된다. 이는 20년 뒤 영국과 프랑스는 20세 청년들이 80만명, 우리나라는 36만명이라는 뜻이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지구촌에서 가장 빨리 소멸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전망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을 가장 위태롭게 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이 빠른 처리를 합의한 각당 대선 공통공약 법안 62개 가운데 가장 시급한 법안 중 하나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배우자 공동출산 휴가 확대와 육아휴직기간 확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법적인 정비가 출산율 제고에 얼마만큼 효과를 줄지는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내년 7월부터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보호자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0~5세 아동을 대상으로 72개월이 될 때까지 월 10만원씩 지원하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정부 10년간 100조원을 썼는데도 저출산 문제는 조금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내놓은 정책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아동수당 지급’ 또한 출산율 증가 등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등으로 매우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종영된 ‘효리네 민박’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상당히 받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되레 적잖은 아쉬움을 느꼈다. 이 영상을 통해 전달되는 부부의 생활이 저출산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이효리가 “시청률을 떠나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며 시작했다는 이 프로는 이들 부부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는 모습 등 자연스럽게 일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영향력이 매우 큰 효리 부부’ 옆에 그들을 꼭 닮은 아이들, 아니면 그들이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이 함께한 행복한 모습이 영상을 통해 전해졌다면 어떨까.

우리는 출산에 대한 그들의 계획이 어떤지 알지 못하고, 또 자녀계획을 강제할 수는 더더욱 없다. 반려견을 애지중지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효리 부부’가 어마어마한 저택에서 무자녀로 반려견과 산책하면서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전국에 중계되면서 출산율 제고에는 분명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효리와 비교되는 대표적인 인물로는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인 앤젤리나 졸리가 있다. 그녀는 전 남편 브래드 피트와 캄보디아에서 아들 메덕스, 베트남에서 아들 팩스, 에티오피아에서 딸 자하라를 입양했으며, 둘 사이에 직접 낳은 딸 샤일로와 쌍둥이 남매 녹스·비비엔 등 6명의 자녀를 뒀다. 우리나라에서는 탤런트 신애라 차인표 부부가 직접 낳은 아들 정민과 공개입양한 딸 예은·예진 등 세 자녀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자주 회자된다.

아름다운 이 여성들이 자녀와 뒹구는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되새기게 해준다. 혹 그럼 당신은 어떠냐고 의문을 갖는 독자가 계실 수도 있어 밝히면 필자는 1남2녀를 뒀다.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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