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겨둔 우리 강아지 밥은 누가 주나요”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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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1 07:21  |  수정 2017-11-21 09:16  |  발행일 2017-11-21 제5면
애달은 반려인들 지진대책 청원글 잇따라

“매일 밤 무너질지도 모를 아파트에 우리 강아지 사료 주러 갑니다.” 규모 5.4 포항지진으로 붕괴 위험에 처한 포항 흥해읍 대성아파트 D동 주민 조모씨(42). 그는 매일 밤 위험을 무릅쓰고 집으로 들어간다. 자신은 대피소에 지내고 있지만 집에 홀로 남겨둔 반려견에게 먹이를 챙겨주기 위해서다.

조씨는 “지진 발생 날엔 함께 차에서 지냈지만 대피소에 데려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집에 두고 왔다”며 “애견호텔도 고려해 봤지만 넉넉지 못한 형편과 앞으로 들어갈 복구비용 등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임대아파트 이주 대상으로 선정된 그는 하루 빨리 반려견과 함께 안전한 곳에서 지내길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9월 경주에 이어 1년2개월 만에 포항에서 또다시 강진이 발생했지만, 조씨와 같은 반려인들이 참고할 만한 재난 대책은 전무하다. 행정안전부는 재난발생 정보·행동 요령이 담겨 있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신 다른 지역의 친구·친척에게 맡기거나 동물병원 등에 별도 대피소가 마련돼 있는지 알아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이미 ‘지진 때 반려동물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대피소를 마련해 달라’ ‘재난 때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만들어 달라’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환경이 열악한 대피소에서 반려동물로 인해 위생·소음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반려견주와 반려묘주는 온라인을 통해 미국·일본 등 외국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이들은 직접 외국자료를 번역한 반려동물 재해 대책은 물론 반려동물용 재난가방 제작 노하우까지 공유하고 있다. 이상관 대구시수의사회장은 “그동안 지진 등 자연재해가 드물었던 상황에서 반려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생긴 새로운 사회적 문제”라며 “이번 지진을 계기로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위기관리 대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엽기자 khy04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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