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미래, 미래의 산업 .7 끝] 4차산업 방향·방법은?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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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4   |  발행일 2017-12-14 제7면   |  수정 2017-12-14
“스마트 팩토리를 넘어 데이터 경제 활용…새로운 가치 창출해야”
20171214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 개념을 확실히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개념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어떤 알맹이를 채워야 할지 안다는 것이고, 그래야 좀 더 빨리 실수 없이 달려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4차 산업혁명의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과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짚어봤다.



◆전진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로봇산업 클러스터 사업단장

전 단장은 ‘국내 4차 산업=로봇도입을 통한 생산과정 자동화’로 인식하는 일부의 시선에 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그동안 개발·활용됐던 기술들이 또다시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런 프레임으로 본다면 로봇은 다품종 변량(變量)생산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일 뿐, 단순히 로봇을 도입한다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응했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최근 발표된 매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의 일자리는 최대 8억개가 사라지는 반면 신규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최대 8억9천만개로, 없어지는 것보다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가 더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 “1차 산업혁명의 기계 파괴 현상인 너다이트 운동도 일자리를 뺏길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출발했지만, 실제는 생산성의 비약적 증가로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일자리가 대체됐다. 그런 만큼 4차 산업혁명의 인간 일자리 문제는 잘 준비한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반복적 작업을 하는 직업군은 일자리가 줄겠지만, 경험을 필요로 하고 소통하며 감정적 대응을 해야 하는 직업군은 기계와 인공지능이 당분간 대체하기 힘들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또 로봇 도입으로 없어지는 일자리에 비해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는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이 요구되는 자리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기에 맞는 교육과 기술을 잘 준비하면 오히려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국내 4차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전 세계의 ‘우버’ 관련 서비스 회사를 사들이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차가 결국 도달하게 될 활용 시장인 ‘공유 이동(mobility) 서비스’에 필요한 데이터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우리 기업도 스마트팩토리 구축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데이터 경제를 보고 이를 활용하는 새로운 가치를 장기적으로 보고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태 대구경북연구원 4차 산업혁명연구단 경제산업분야 총괄 책임

지역의 4차 산업혁명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산업체의 수요와 미래의 산업발전에 따르는 인력양성, 새로운 지식·기술의 창출 및 확산을 위한 연구개발, 산업체 등으로의 기술이전과 산업자문 등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일회성 과제, 산발적이고 일방향 필요에 의한 산학협력보다는 상호 수요중심의 산학협력, 대학과 지역기업의 상생발전, 쌍방향 수요에 의한 화학적 결합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그래야 지역의 창의적 인재가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는 민간의 혁신역량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시장환경을 개선하는 조력자 역할과 공공분야의 선제적 대응으로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또 혁신이 구체적으로 일어나는 ‘지역’이라는 공간에 대해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정부는 지역실정에 맞는 맞춤형 4차 산업혁명 특성화사업을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중앙정부는 컨설팅을 해주는 상향식(Bottum-up) 협치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는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의 브랜드 네임이 낮은 만큼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활성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위해 산학연 협력채널 구축과 협력 주체들 간의 상호신뢰 구축이 필요하다”며 “기업은 익숙한 기술, 스스로 강점이 있는 기술 이외에도 기존 지식 범위 밖의 향후 잠재력이 있어 보이는 기술, 융합이 가능해 보이는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웅 아헨공대 한인 학생회장

한국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중소기업에서 1년간 연구원 생활을 했던 그는 현재 아헨공대 전기공학 석사과정을 마친 상태다. 한국대학과 기업을 경험하고, 현재 독일에서 산업 4.0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그를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의 대학과 기업, 정부, 시민 모두가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 현실로 다가왔지만, 아헨공대 학생과 졸업생들은 서두르지 않고 기초부터 닦아 나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유학 전 한국의 중소기업에 1년가량 연구원으로 있었는데 그때는 회사 간부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빨리 결과물을 내놔야 했다. 그러다 보니 연구주제는 좋은데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늘 있었다”며 “공부는 벼락치기가 아니라 기초부터 차근차근 해야 한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한국은 지금 4차 산업도 벼락치기로 하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대학생들이 4차 산업혁명의 공급자이자 수요자가 될 것”이라며 “그런 만큼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학생들에게 좀 더 많이 경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이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스스로 느끼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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