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달서천 복원 생태관광 허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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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4   |  발행일 2017-12-14 제29면   |  수정 2017-12-14
[기고] 달서천 복원 생태관광 허브로
권영시 (한국미래숲연구소/비슬산연구소 소장)

성불산(앞산)은 동서로 길게 누웠고, 시가지 쪽 여러 능선 사이로 골이 형성됐다. 필자는 걷기 길을 염두에 두고 성불산 지맥이 도심으로 깊숙이 뻗었던 흔적을 찾아봤다. 항공무선표지소 능선은 용두토성 끝에서 신천에 맞닿고, 그 서편 고산골 능선은 효성타운을 거쳐 시가지로 내리 뻗었다. 옛 대구부 관아에서 3리 떨어진 봉산(鳳山)으로 쭉 이어진다. 고산골에는 건열·연흔 화석과 공용발자국이 있고, 수계는 신천에 닿는다. 효성타운 중앙도로도 능선부였다. 거기 대구은행 건너편 골목은 아직도 절벽과 대숲이 있고, 힐스테이트 아파트도 산언저리였다.

대구 남구 봉덕2동주민센터 앞에도 녹지가 남았다. 봉덕로를 건너 봉덕로 19길 끝에서 이천로 19길에 닿으면 월드메르디앙 아파트다. 아파트 동편 일대에 산비탈·절벽·하식애가 자주 나타난다. 이천로 29길을 낀 영선초등 비탈도 마찬가지다. 이천동 산2-2 마태산과 기린산 하식애를 거치면 그 옛날 삼봉산이던 수도산이다. 삼봉 중에 대봉에 만든 게 대봉배수지다.

수도산 서편 영선 못(현 영선시장)에는 석빙고도 있었다. 1918년 조선총독부 발행 ‘대구지도’에는 상동교 옆 용두방천 4길에서 일제의 보병영(현 미군부대)을 거쳐 대봉배수지까지 직선으로 관로를 묻어 신천 물을 끌어왔다. 대구판관 이서(李敍)는 신천에 둑을 쌓아 홍수 범람을 막았다. 이공제비는 애초 방천 곁인데 떠내려간 것을 상동교 동편에 세웠다. 건들바위에서 제일중까지도 하식애가 이어진다. 대구향교도 산등이었다. 제일중 자리가 바로 봉산이다. 달맞이 산으로 월견산(月見山)이라 했는데 일제는 돌거북이 있어서 ‘귀암(龜岩)’으로 표기했다.

조선시대 읍치의 관아는 풍수지리를 따랐다. 남향이면서 북에는 산, 남으로는 강이 흘러 배산임수라 했다. 대구는 정반대다. 배산에는 산 아닌 금호강이, 임수자리는 강 아닌 성불산이다. 팔공산 정기가 성불산·비슬산으로 이어지지 않아 화마가 잦았다는 것. 화산대의 불은 물로 다스려야 했다. 비보 방안은 거북이었다. 거북은 수명이 길고 물과 땅을 오가는 영물, 그래서 건읍 초기에 돌로 거북을 만들어 봉산 산등에 묻었다. 금호강을 오가는 걸 형상화한 돌거북을 ‘남두북미(南頭北尾)’ 즉 머리는 남쪽 성불산을, 꼬리는 북쪽 팔공산을 향해 묻었다. 그래서 연귀(連龜)라 했고, 봉산은 연귀산이 됐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구읍지’ 등 여러 고문헌에서 대구 진산이라 숭배했다. 몇 년 전 대구 중앙대로에 대중교통전용로를 만들면서 수경시설에도 돌거북을 앉혔다. 재질·모양·크기·색상 모두 제일중학교의 실제와 흡사해 조상의 지혜를 재현시켰다.

달서천은 신천 다음으로 넓고 길다. 고산골과 큰골 사이 능선은 영남대병원 쪽으로 이어져 두류산으로 뻗었다. 대명천은 큰골에서 발원해 월배·성서를 거쳐 낙동강으로 흐른다. 달서천은 영남대병원 뒤쪽과 삼봉산 좌우에서 발원해 연귀산·아미산·계산의 세천과 만나 달성산·비산을 끼고 도심을 관통해 금호강으로 흐른다. 1903년 ‘대구부 지도’에 대구초등은 일제의 군사연병장으로, 동산 기슭 구암서원은 서원당, 계산성당은 성모당, 달성토성은 달성산으로 표기됐다.

달서천은 서부소방서 앞까지 복개도로다. 복개도로를 헐어 물줄기를 들춰낸 청계천은 2009년부터 가을마다 서울빛초롱축제를 연다. 축제기간 국내외 관광객은 무려 250만명이란다. 대구시민이 몽땅 구경간 셈이다. 이젠 팔뚝만한 물고기와 은빛 비늘 번득이고, 포식한 왜가리는 이미 청계천 점령군이다. 외국관광객이 더 많은 청계천을 보면서 달서천도 복개를 헐어 ‘성불산 지맥 걷기 길’과 ‘도심 관통 물줄기 메카’를 조성하면 어떨까. 청계천을 능가하는 신관광 허브가 되리라. 걷기 길이 선행돼도 좋다. 앞으로 마태산·기린산·수도산·건들바위·연귀산까지 생태복원도 고민하자. 일정 구역을 한데 묶는 거대한 공원도 구상해 봤다. 본보기는 연간 3천만명 훨씬 넘게 찾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다. 권영시 (한국미래숲연구소/비슬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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