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덮친 혹한에 취약계층 겨울나기 힘겹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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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5   |  발행일 2017-12-15 제23면   |  수정 2017-12-15

동장군이 연일 맹위를 떨치면서 취약계층의 겨울나기에 비상이 걸렸다. 14일에도 대구 최저기온이 영하 10℃, 의성은 영하 16℃까지 떨어졌고 주말에도 강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혹한의 여파로 전국에서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1일부터 전국 524개 응급실을 대상으로 한랭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한 결과 12일까지 한랭질환 환자가 65명 발생했다. 이 가운데 5명은 저체온증으로 목숨까지 잃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겨울이 두려운 사람들은 홀몸노인·쪽방촌 주민·소년소녀가장 등 에너지빈곤층이다. 특히 올해는 연료비까지 크게 올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난방용 보일러에 사용되는 등유 가격은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7.2% 올랐고, 취사용 액화석유가스는 무려 14.9% 상승했다. 휘발유와 경유도 지난해 11월보다 각각 6.5%, 7.3% 올랐다. 여기다 겨울철 소외계층의 든든한 버팀목인 연탄도 지난달 28일 공장도 가격이 19.6% 인상됐다. 정부는 이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연간 23만원이던 연탄쿠폰 지원을 31만원 수준으로 올린다는 방침이지만 필요한 금액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올해는 이영학 사건, 김영란법,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 등으로 연탄 후원마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파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배고픔 못지않게 겨울철 혹한이 가장 두려운 존재다. 안타깝게도 대구는 인구 대비 노숙인 수가 전국 최고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노숙인 실태조사 현황’에 따르면 대구 노숙인은 1천92명으로 서울·경기도 다음으로 많다. 인구 1만명당 노숙인 수는 4.39명으로 서울(3.61명)·경기도(1.2명)를 앞질렀다. 작년 한 해 대구에서 숨진 노숙인은 78명이나 된다. 대구 중구 북성로, 서구 비산동 일대의 쪽방촌 주민들도 추위와 사투를 벌이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 기초생활보장 수급비에 의지해 살아가는 이들은 얼음장 같은 방 안에서 전기장판과 이불에 의지해 힘든 겨울을 나고 있다.

대구시 등 지자체는 관련기관과 협력해 취약계층이 엄동설한에 냉방이나 거리에서 겨울을 나는 일이 없도록 다시 한 번 꼼꼼하게 현장을 점검하고 사회안전망도 강화하길 바란다. 노숙인에게는 긴급 피난처 제공과 더불어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는 일도 중요하다. 아울러 소외계층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데는 정부의 지원 못지않게 이웃의 따뜻한 배려와 온정의 손길이 특효약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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