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교육제도 양면성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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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6   |  발행일 2017-12-16 제23면   |  수정 2017-12-16

지난 11일 공개된 2018학년도 수능성적 발표에서 영어 1등급이 10% 넘으면서 변별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언론보도를 간간이 볼 수 있다. 원만한 대학입시를 위해서는 1등부터 꼴찌까지 한 줄로 세우면 가장 이상적인 입시제도라는 전제하에서다. 이번 입시에서는 영어가 쉬어 상위권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기가 어렵게 됐으니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의 입장과 큰 차이가 없다. 대학 처지에서는 동점자나 상위권이 너무 많으면 선발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능이 아직까지 영어를 제외하고는 상대평가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반면 수능이 상대평가에 머물러 있는 한 초·중·고교 교육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교육과정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수능이 상대평가를 하면 학교교육은 시험성적 위주의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수능 상대평가가 초·중·고 교육을 왜곡시키는 블랙홀인 것이다. 단순화하면 수능 상대평가를 하면 대학이 좋고, 절대평가를 하면 교육이 살아나는 것이다.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도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2008학년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시작한 학종은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되고 정보력과 관리능력을 갖춰야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상대적으로 시험성적은 신통찮지만 학종을 잘 관리하면 수도권 명문대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쉽다’고 표현하는 것은 공부하는 거보다 수월하게 대학갔다는 의미다. 수도권 포함 주요 상위권 15개 대학에서 학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43%로 절대적인데,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니 제도개선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학종이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측면도 많다. 학종 때문에 그나마 학교교육이 버티고 있는 측면이 있다. 또 교육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도권, 비도시권, 농촌학교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대학입시 전형이다. 상대평가로 줄을 세우는 수능보다는 교육적인 입시제도다. 이처럼 교육제도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12일 대입제도 개편안 마련을 위한 제1차 정책포럼을 시작으로 대학입시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앞으로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내년 8월 발표예정인데 양면성을 잘 헤아려 예전보다는 나은 개선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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