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의 남자들…손맛으로 입맛 잡다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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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2   |  발행일 2018-01-12 제33면   |  수정 2018-01-12
■ 셰프 전성시대
방송마다 쿡방·먹방 선뵈며 ‘요리하는 남자’ 상종가
예능감까지 갖춘 ‘셰프테이너’는 연예인 못잖은 인기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먼 옛날옛적 얘기
20180112
퓨전일식레스토랑 ‘아소다이닝’의 이수길 오너셰프(가운데)가 최동현 요리사(오른쪽)가 회를 뜨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언을 하고 있다.

최근 요리하는 남자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러 방송에서 기존 요리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하는 방송) 등을 앞다퉈 선보이면서 ‘셰프’와 ‘엔터테이너’를 합성한 ‘셰프테이너’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요리사(셰프)의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의 요리사들이 남성인데 이들은 출중한 요리 실력은 기본이고 음식에 대한 폭넓은 전문지식과 탁월한 예능감까지 겸비해 안방TV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요리사에 대한 시선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남성이 요리를 한다고 하면 집안에서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요리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깊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문을 연 퓨전일식레스토랑 아소다이닝(대구 수성구)의 이수길 셰프 역시 집안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고 이를 늘 곁에서 지켜보던 어머니는 크게 반대하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면 안된다’며 반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이 셰프에게 큰 힘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도움을 받아 요리를 해본 경험이 많았던 아들의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하고 싶은 것을 하라”며 지지를 해준 것이다. 여기서 용기를 얻어 아버지를 설득해 대학에서 호텔경영 공부를 했다. 하지만 서비스분야인 호텔경영은 그의 성에 차질 않았다. 거듭된 고민과 방황 끝에 부모와 상의해 요리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대를 하던 아버지도 그즈음에는 아들의 팔을 들어줬다.

특히 어머니가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야생화 전문 플로리스트인 어머니(조덕순 아소갤러리 대표)는 아들의 바람과 능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덕순 대표는 “어릴 때부터 아들의 미각과 안목이 남다른 데가 있었다. 아들이 끈기가 별로 없었는데 요리를 할 때는 뚝심이 있었다. 그래서 요리를 한다고 할 때 전혀 생각하지 않은 일이라 두려움은 있었지만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조 대표는 실내장식용 식물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던 그릇 등도 아들의 식당에 지원해주고 있다. 물론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아들 식당이지만 늘 돈을 내고 당당히 먹는다. 그리고 잔소리도 당당히 한다”며 아들이 자신의 조언을 잘 받아주어서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다.

“원래 미국요리에 관심이 있었고 이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식보다는 일식이 더 좋을 것 같다며 일본에서 일식을 공부하라고 권해준 분도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가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지요. 제가 식당을 차릴 즈음 일식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니까요. TV를 중심으로 새로운 요리프로그램이 잇따라 생겨나고 그것이 큰 인기를 끌면서 요리사 붐이 일었던 것도 긍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아소다이닝을 자주 가본 이들이라면 실내 곳곳에 자리한 작은 화분들을 봤을 것이다. 화려한 것이 아닌 작고 담백한 멋을 주는 화분들인데 바로 어머니가 키운 식물이다. 이들 화분은 아소다이닝만의 품격을 만들어주는 한 요소로 일반 식당에서는 접할 수 없는 풍경을 연출한다. 소박한 화분은 담백한 맛의 일식과 잘 어우러진다.

“식물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다른데 화분을 매일 바꾸는 것도 있고 2~3일에 한 번씩 바꾸는 것도 있습니다. 어머니가 알아서 식당 분위기와 계절에 맞게 시의적절하게 바꿔줍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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