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電影雜感 (전영잡감) 2.0] 광주 5·18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5·18 힌츠페터 스토리’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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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8   |  발행일 2018-05-18 제43면   |  수정 2018-05-18
“5·18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국내 첫 공개영상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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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스틸이미지와 포스터(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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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연출 박기복)은 1995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화순에는 운주가 산다)을 모태로 몇 차례 각색을 거쳐 2013년 광주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한 5·18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이다. 여기에 포털사이트 Daum에서 스토리 펀딩을 진행해 제작비를 마련했다. 영화는 1980년 광주 5·18 항쟁과 1989년 이철규 변사 사건이라는 두 역사적 사건의 시공간을 결합해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이자 피해자 가족인 ‘희수’(김꽃비)의 시선으로 아직도 5·18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재조명하면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

영화에서는 얼마 전 사실로 밝혀지며 화제가 되었던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 사건을 비롯해 시민군을 체포하고 고문했던 상무대 영창같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5·18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이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과 하나회 군인들의 학살 회의, 광주 505보안부대 광주도청 재탈환 작전회의 등을 담아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이 여전히 남아있으며, 이것이 광주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앞으로 함께 진실규명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
사실로 밝혀진 전일빌딩 헬기 사격
시민군 고문 장소 상무대 영창 장면
505보안부대 광주도청 재탈환 작전
아직까지 미궁 속에 남은 사건들…

5·18 힌츠페터 스토리
‘택시운전사’실제 모델 독일 언론인
취재영상·사진 토대 생생하게 전달
시위 취재 중 경찰에 폭행당한 모습
아내가 밝힌 그의 트라우마 이야기…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대표곡이 된 영화와 동명의 노래는 들불야학의 교사이자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와 그의 연인 박기순 열사를 광주묘역에 합장하며 영혼결혼식을 치렀을 때 처음 불린 곡이다. 이후 김대중정부 때 5월18일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면서 공식적으로 제창되었다. 박기복 감독은 이 노래가 노랫말처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사라져간 모든 이를 위한 노래라며 영화 역시 국가폭력으로 억울하게 희생당한 ‘철수’와 ‘명희’의 영혼결혼식 장면에 이 노래를 배치해 그들의 영혼과 관객들의 마음을 함께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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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힌츠페터 스토리’ 포스터(왼쪽)와 영화의 한장면.

‘5·18 힌츠페터 스토리’(연출 장영주)는 배우 송강호가 연기했던 ‘택시운전사’에 나오는 독일 언론인의 실제 모델 위르겐 힌츠페터가 당시 카메라에 담은 영상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는 자신이 촬영한 필름을 큰 금속캔 속에 포장해 숨겨서 일본으로 반출한 뒤 독일 함부르크의 뉴스센터에 전달해 5·18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푸른 눈의 목격자’는 바로 그런 그를 부르는 별칭이었다. 2003년 KBS ‘역사스페셜- 푸른 눈의 목격자’ 편을 통해 위르겐 힌츠페터와 깊은 인연을 맺었던 장영주 PD는 힌츠페터가 촬영한 취재 영상과 사진들을 토대로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거기에 배우 조성하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해 진중한 목소리로 무게를 더한다.

영화에서는 1986년 서울 광화문에서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 취재 중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힌츠페터의 모습이나 아내가 밝히는 그의 트라우마 이야기처럼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영상도 있다. 장영주 감독은 “개인적으로 고민도 많고 갈등 속에 만든 영화”라며 “힌츠페터가 광주를 즐겁게 취재하고 영광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광주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알게 돼 연민을 느꼈다.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서 같이 느꼈으면 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영화에는 힌츠페터뿐 아니라 당시 시민군으로 활약한 생존자 양인화와 곽희성, 김사복의 아들 김승필,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의 인터뷰가 이어지며 그날의 참상을 보고 들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지금도 계속되는 상흔과 끝까지 외면해서는 안 될 그날의 진실을 전한다.

그런데 몇몇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에서 또 광주 5·18 영화가 나왔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을 더러 보았다. 극영화로만 보면 독립영화 진영에서 만든 ‘오! 꿈의 나라’(장산곶매 제작)와 상업영화 진영에서 만든 ‘부활의 노래’(연출 이정국)를 시작으로 ‘꽃잎’(연출 장선우), ‘화려한 휴가’(연출 김지훈), ‘순지’(연출 박광만 ), ‘26년’(연출 조근현)에 이어 가장 최근에 개봉해 1천2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장훈 연출)까지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로 보면 좀 더 많은 작품들이 나와 있긴 하다. 동일한 사건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다. 또 그간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최근에도 5·18 당시 전두환이 전남도청 진압작전을 지시했다고 하는 미국 국무부 비밀 전문이 나왔다. 전남도청 진압작전은 1980년 5월27일 0시를 기해 광주 외곽도로를 봉쇄하고 탱크 등으로 중무장한 계엄군의 대대적인 진압작전으로 민간인 11명, 시위대 17명이 사망했다.

광주 5·18 38주년을 맞아 5·18을 새롭게 이야기하는 신작들을 소개하면서 정작 이 영화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은 좀 화가 난다. 대구에서는 상영관이 ‘5·18 힌츠페터 스토리’가 고작 두 곳,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 한 곳뿐이다. 상영도 하루 한 차례뿐이고. 대형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가 모두 휩쓸고 있는 극장가에서 작은 영화가 처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영화들이 눈 밝은 독자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그게 내가 이 칼럼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다.

독립영화감독, 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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