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베어링산업 메카 부상] <중> 베어링산업 어제와 오늘

  • 김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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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3   |  발행일 2018-05-23 제12면   |  수정 2018-05-23
국내‘車 베어링’기술 선진국 수준…고정밀 베어링은 90%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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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첨단베어링클러스터조성 사업의 앵커기업인 <주>베어링아트 내부 생산라인 전경과 베어링아트에서 생산된 각종 베어링(작은 사진) 모습. <영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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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 이인호 차관은 기계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영주·군산·김제에 기계산업 특화단지를 조성해 원스톱 지원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주 첨단베어링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정부의 추진 의지를 재확인해 준 것이다. 또 2월엔 정부 공약사업으로 추진 중인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가운데 한 곳인 영주에서 국토교통부 현장 실사가 진행됐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국토연구원·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로 구성된 실사단은 영주 장수면 일원을 방문해 실사 활동을 펼쳤다. 이날 현장에선 경북도·영주시 관계자들이 실사단에 영주첨단베어링국가산업단지 조성의 당위성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당시 영주시는 산단 후보지가 베어링 앵커기업인 <주>베어링아트 및 갈산산업단지 내 하이테크 베어링 시험평가 센터 소재지인 점을 비롯해 인근 산업(농공)단지 4곳과 집적화 가능성이 높은 점, 고속도로·철도 연계 등 접근성이 뛰어난 교통 요충지인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이처럼 영주시가 베어링산업 국가산업단지 조성에 사활을 거는 것은 베어링이 미래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산업분야이며, 제조기업·연구기관·물류단지 및 전후방 산업으로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경북북부권 개발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첫 베어링업체 신한베어링
1940년 軍 차량 등 베어링 생산
정부 베어링 중요성 인식 적극지원
국내 산업별 비중 자동차 41.2%
생산은 ‘볼베어링’ 72% 가장 높아

작년 기준 베어링 종사자 2만여명
업체 기준 부산·경남 43.3% 차지
매출액은 창원·대구 순위권 자리


◆베어링산업 히스토리

우리나라 베어링산업의 시작은 6·25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3년 일본 KOYO베어링 부평공장을 인수해 국내 첫 베어링업체인 신한베어링이 베어링을 생산하면서부터다. 1940년 문을 연 이 공장은 당시 군용차량·대포 등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생산했다. 우리 정부는 베어링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보호·지원 정책을 시행해왔다. 1962년 상공부에서 자동차공업보호법을 제정해 외국산 자동차·부품 수입을 제한했고, 국내 자동차와 부품 생산시설에 대해 면세 혜택을 줬다. 이후 1967년 베어링·밸브·볼트·너트를 비롯한 전자·섬유 등 7개 부문이 우선 육성분야로 지정되면서 금융 지원·조세 감면이 이뤄졌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실시해 온 베어링 지원 정책은 기계산업 5강 진출전략(2009년)·기계요소부품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2012년)·3대 핵심부품산업(베어링·밸·펌프)육성 전략(2014년)·베어링 시험평가센터구축(2015~2020년)·기계산업 부품 경쟁력 강화 방안(2017년) 등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베어링산업을 국가경쟁력을 높여줄 핵심부품산업으로 보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힘 써왔다.


◆국내 베어링 산업 기술 수준

우리나라 베어링 수요의 주요 산업별 비중은 자동차가 41.2%, 생산 비중은 볼베어링이 72%로 가장 높다. 자동차용 베어링은 현재 변속기·에어컨·휠·볼조인트·로드엔드·텐셔너용 베어링 등이 생산되고 있다. 향후 차세대 휠베어링·차량용 나들롤러 베어링을 개발해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자동차용 베어링산업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으로는 일진그룹·셰플러코리아·GMB코리아·한국NSK 등이 있다. 시장 규모로는 세계시장은 400억달러, 국내시장은 2조5천억원에 이른다. 국내 베어링 가격 수준은 선진국 대비 10% 저렴하며, 기술 수준은 선진국과 거의 대등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하이테크 베어링은 기술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다.

공작기계용 베어링 분야는 국내시장에서도 고가제품은 일본·독일 등이 독점하고 있다. 토종기업들은 기술력이 부족해 주로 중저급품 생산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중국·대만 등과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격 수준은 선진국 대비 5~20% 저렴하지만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5~10% 격차가 있으며, 고부가·고정밀 부문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로봇용 베어링 등 고정밀 베어링에선 아직 국산 사용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90%를 수입에 의존한다. 베어링은 자동차·공작기계·로봇뿐만 아니라 터빈·선박·철도·철강·풍력·전기전자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기술력만 갖춘다면 지속 발전가능한 미래 지향적 산업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베어링 업체·고용 현황

국내 베어링 업체는 지난해 기준 500여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 이 가운데 매출 1천억원 이상 중견기업은 <주>일진베어링·<주>일진글로벌·셰플러코리아 등 20여개 업체다. 국내기업으론 일진베어링·일진글로벌·베어링아트·삼익THK 등이, 국내 진출 해외기업으론 셰플러코리아(독일)·한국NSK(일본)·GMB코리아(일본) 등이 있다.

지난해 기준 베어링산업 종사자는 2만여명에 이른다. 기업규모별로는 일진그룹·셰플러코리아 등 ‘톱 7’ 업체 종사자가 6천여명으로 30%에 이른다. 나머지 70%는 400여개 중소기업 종사자다. 업체 수 기준으론 부산·경남이 43.3%로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이어 경인(29.1%), 대구·경북(12.9%) 순이다. 매출액 기준으론 대기업이 집중 분포돼 있는 창원과 대구 지역이 순위권에 속해 있다.

송병권 영주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영주를 포함한 대구·경북지역은 일진·삼익그룹 등 토종기업이 소재한 지역으로 활발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적극적 투자로 향후 성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영주베어링 산업의 전망과 비전

영주 첨단베어링산업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세부적으로 첨단베어링 제조기술 기반 구축·알루미늄 융복합부품 양산화 플랫폼 구축·베어링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이 핵심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전국에 분산된 베어링 생산 기업과 협력기업·연구소·물류센터가 집중되면서 베어링 관련 정보·지식 공유와 연구 개발에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영주시는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2년엔 R&D 중심 첨단 베어링 관련 기업 100개 이상 육성을 통해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고부가가치 제조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영주를 포함한 경북 북부권에 1만5천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강신호 영주시 투자전략실장은 “영주 첨단베어링클러스터 조성은 전국에 분산된 베어링 기업의 집적화는 물론 고부가가치 베어링 제조산업으로 산업구조를 바꿔 영주지역 인구 유입·경제 활성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베어링산업 지도로 봤을 때 영주는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또 우리나라 베어링산업을 이끌고 있는 토종기업인 일진이 터를 잡고 있는 데다 영주시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로 일진 관련 납품업체가 지속적으로 이전해오고 있다. 이같은 지리적·산업적 이점에 영주시와 경북도도 아낌없는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영주시는 베어링산업클러스터 조성이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선정돼 향후 한국 베어링산업의 중심도시로 도약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으로 보고 있다. 경북도와 영주시·베어링 대기업 등의 전폭적 지원·의지를 통해 건설기계로 대표되는 경산, 항공산업 발전지역인 영천, 바이오산업 중심지인 오송처럼 영주가 베어링산업 도시로 변모하길 기대하고 있다.

조관섭 영주상공회의소 회장(영주첨단베어링클러스터 조기추진 시민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침체된 산업을 부흥시킨다거나 새로운 산업을 진흥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영주시가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관련 기관·업체들이 한마음 한뜻이 돼야 하는 것은 물론 지역민들의 베어링산업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 지원이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영주=김제덕기자 jedeo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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