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축제는 마이스가 아니라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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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5   |  발행일 2018-05-25 제22면   |  수정 2018-05-25
즐거운 이야기 창의적 환경
공유되는 이벤트가 축제
온라인 감성으로 충만한
세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플랫폼을 확충해야
[경제와 세상] 축제는 마이스가 아니라 플랫폼이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5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약령시한방문화축제, 컬러풀페스티벌, 치맥페스티벌 등이 대구의 대표축제다. 지자체에서 예산과 인력이 소요되는 축제를 개최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축제를 통해 거주 도시에 대한 소속감과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이리저리 흩어진 시민들에게 공통의 경험을 제공하여 공동체로서 기능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외부 관광객의 유입으로 경제효과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전국에서 수많은 축제가 생겨나면서 축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과다한 예산 지출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몇몇 지자체에서 무늬만 다른 축제를 전시성으로 추진 중이다. 여러 지자체에서 관(官) 주도형에서 민간 주도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급자의 논리가 우선되는 게 현실이다.

문제의 원인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축제를 ‘마이스’ 산업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마이스란 미팅(Meeting), 인센티브 관광(Incentive tour), 회의(Convention), 전시(Exhibition)를 뜻한다. 마이스라는 용어가 그것을 구성한 활동들을 오히려 상호 간 고립시키고 융복합 산업으로서의 범위를 축소시키며 정책적 혼란을 일으킨다. 4개 활동을 아우르는 축제의 기획과 실행에 걸림돌이다. 마이스로 보면 축제는 그룹여행(패키지투어)의 미끼 상품으로 전락한다. 세계도시마케팅협회 전 회장인 게리 그리머씨도 “마이스란 지식 네트워크 위에 구축되는 창의적 경제활동이지 호텔방 채우기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축제는 마이스가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다. 축제란 SNS 타임라인 같이 즐거운 이야기와 창의적 환경이 공유되는 이벤트다. 여기에는 첫 만남(meeting)의 설레는 기분이, 어디론가 떠나는(tour) 즐거운 발걸음이, 새로운 모임(convention)에 참석하는 생동감이, 신제품을 먼저 접하는(exhibition) 뿌듯함이 어우러진 이벤트다. 따라서 축제를 마이스로 협소하게 접근하면 안 된다.

축제를 플랫폼 비즈니스로 바라보면 문화관광과가 담당부서라는 고정관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문화관광형’으로만 여기던 약령시한방축제를 ‘산업형’으로 전환 가능하고, ‘산업형’으로 정착한 치맥페스티벌에 ‘게임놀이형’을 접목할 수 있다. 노면 전차(트램)를 활용한 비슬산과 팔공산의 ‘지질공원형’도 개발가능하다. 패키지투어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도시 여성과 청년층은 개인자유여행을 선호한다. 특별한 계획 없이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FIT(Free Independent Tour)’가 대세다. 그런데 개인자유주의라고 해서 이들이 고립된 존재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FIT 세대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자유롭고 쉽게 연락할 수 있다.

사이버감성연구소의 컬러풀페스티벌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외지인이 대구를 우연히 방문했다가 엄청난 인파에 놀란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태그하면서 ‘같이 가자’고 독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축제 기간에 댓글이 4천개 정도 달렸는데 그중에서 연속적으로 반응을 일으킨 댓글이 1천500개나 달렸다. 꼭 축제를 보기 위해 대구를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방문했다가 축제를 보고 재미있어서 댓글을 달고 친구를 ‘초대’하게 되는 사례가 꽤 있었다. 취향과 목적이 맞는 사람들끼리 일시적으로 그룹을 형성해 저비용 고효율로 미팅과 여행을 즐기는 개인자유형 협동관광 프로젝트인 것이다. FIT에서 한 발 더 나아간 3세대 투어로 진화 중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로 축제가 성공하려면 이러한 ‘DWO(Do it With Others)’를 포착하고 대비해야 한다.

FIT와 DIWO를 지원하기 위해선 모바일 플랫폼을 확충해야 한다. 온라인 감성으로 충만한 세대를 수용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가가 엄선한 경로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목적으로 왔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축제와 관광과 주변시설을 체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축제행정이 요구된다. 축제는 마이스가 아니라 플랫폼이기 때문이다.박한우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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