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 발 놀림과 몸짓 “한번 빠지면 못 헤어나요”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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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2   |  발행일 2018-06-22 제34면   |  수정 2018-06-22
[쉘 위 ‘플라멩코’] 플라멩코에 빠진 남성들
동작 쉽지않지만 배울수록 빠져들어
힘들어도 춤 출때마다 새로운 에너지
탱고와 달리 독무…자신의 춤에 집중
화려하지만 왠지모를 애잔함도 매력

변호사 존 클라크(리처드 기어)는 남들이 보면 모든 것을 갖춘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남자다. 안정된 직장과 적당한 부에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스러운 자녀까지 있다. 남들이 보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그는 언제부터인가 왠지 모를 공허함을 느낀다. 그런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어느날 새로움이 찾아들었다. 통근기차를 타고 퇴근하다가 창밖으로 우연히 무용학원에서 춤을 추고 있는 여인을 보고 얼떨결에 그 무용학원에서 춤을 배우게 된 것이다.

2004년 개봉된 ‘쉘 위 댄스’다. 일에만 빠져 살다가 어느 순간 권태기에 접어든 40대의 남성이 춤을 통해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찾아간다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젊은이처럼 새로운 무언가에 가슴 설레고 도전하려는 에너지가 생긴 것이다.

플라멩코 강좌 취재에 응한 수강생 중 눈에 띄는 두 사람이 있었다. 취미로 춤을 배우는 남성들이 잘 없는데 여성들도 배우기가 쉽지 않다는 플라멩코를 남성이 도전한 것이다.

플라멩코를 1년 정도 배웠다는 이윤석씨(45·회사원)는 이 수업을 위해 회사의 쉬는 날까지 바꾸었을 정도로 플라멩코에 빠져있는 춤 마니아다.

“플라멩코를 배우기 전에 탱고를 3년 정도 추었습니다. 탱고는 파트너가 있는 춤이라서 좀 다른 춤을 추고 싶었지요. 그래서 플라멩코에 관심이 갔는데 전문적으로 배울 만한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우연히 아는 분이 플라멩코 공연이 있다고 해서 공연을 보러 갔는데 바로 마리아킴 선생의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을 보고 난 뒤 현대백화점 대구점 문화센터에 바로 등록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마리아킴 강사의 말에 따르면 1년 동안 거의 한번도 빠지지 않고 춤을 배우러 왔다고 했다. 또 이씨 스스로는 춤을 잘 추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춤 솜씨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고도 덧붙였다.

겸손일까. 탱고까지 추는 등 춤을 꽤 오래 배워왔고 이를 바탕으로 플라멩코를 추기 때문에 잘 춘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씨는 플라멩코가 많이 어렵다는 말을 몇 번씩이나 했다. 그래서 마리아킴 강사에게서 배운 수강생들이 남구 대명동에 마련한 연습실에도 회원으로 등록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도 했다.

“춤추는 것 자체가 행복합니다. 플라멩코를 배우는 수요일이 매일 기다려집니다. 플라멩코를 추고 나면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나기 때문에 회사일에도 더욱 몰두할 수 있습니다. 1시간 동안 수업을 받고 난 뒤 연습실과 집에서 수시로 연습을 합니다.”

이씨와 함께 플라멩코를 배우는 또 다른 남성인 신창규씨(52·의사)는 이씨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처음 배울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플라멩코를 배운지 7개월째 접어드는데 아직도 춤을 출 때마다 무척 긴장이 됩니다.”

신씨 역시 플라멩코를 본 뒤 그 매력에 빠져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2008년 스페인 여행을 갔다가 그라나다에서 플라멩코를 봤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화려하면서도 왠지 모를 애잔함 등이 느껴졌지요. 우연히 백화점에 왔다가 이런 강좌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등록했습니다.”

플라멩코가 어려운 데다 춤을 배우는 남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쑥스러움도 있었지만 같이 배우는 이씨가 있어 서로 의지하며 잘 배우고 있다는 말도 곁들였다.

“어려움도 있지만 이를 하나하나씩 배우고 익히는 재미가 큽니다. 아직 시작단계라서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를 달성했을 때 더 큰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춤이 가진 매력과 힘을 플라멩코를 배우면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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