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고마워, 네 덕분이야”

  • 최은지
  • |
  • 입력 2018-07-09 07:55  |  수정 2018-07-09 07:56  |  발행일 2018-07-09 제18면
“네 탓이야” 윽박지르기보다는 인내·절제가 먼저
20180709

까칠이는 언제나 날카롭습니다. 부드러운 말투, 따뜻한 손짓은 마음 뒤편 구석으로 숨겨버리고 늘 뾰족하게 쏘아붙이는 까칠한 마음만 앞으로 나와 있는 아이입니다.

“야. 너 때문이잖아!”

쉬는 시간, 복도에서 누구라도 부딪히기만 하면 난리가 납니다. 까칠이는 대번에 크게 소리를 치며 상대를 윽박지릅니다. 눈썹을 삐죽이 치켜 올리고, 입을 뾰족하게 모으고, 손가락을 날카롭게 찌르며 입에서는 바늘같은 말이 튀어나와 친구들의 가슴에 콕콕 박힙니다. 까칠이가 급하게 뛰어가다 친구에게 부딪힌 것인데도 말이죠. 부딪힌 친구는 아파서 쩔쩔매고 있는데 말이에요.


남 탓하는 말 속엔 불만과 원망만
쏘아붙인다고 문제 해결되지 않아
자신의 행동 돌아보는 것이 먼저


“야. 이것도 너 때문이잖아!”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 옆의 아이가 까칠이의 옷에 물을 조금 튀게 했습니다. 미안하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도 까칠이는 뾰족하게 쏘아댑니다. 마치 옷을 다 버려 큰일 난 것처럼 말이죠. 별로 표시도 나지 않을 정도로 몇 방울 묻은 게 전부인데요. 게다가 까칠이는 어제 점심시간에 자기가 잘못하여 그 아이의 옷에 먹다 남은 국물을 흠뻑 흘렸는데 말이에요. 그땐 “뭐, 괜찮아. 별 거 아니잖아”하고 넘어갔으면서 말이에요.

“너 때문이야!”

물 양동이를 들고 가다가 까칠이의 손이 미끄러져 그만 양동이는 쏟아지고 까칠이는 발을 버리고 말았습니다. 까칠이는 한숨을 푹 쉬고는 뾰족한 손가락을 준비합니다. 뾰족한 손가락으로 젖은 자기 발 한 번, 쏟아진 양동이 한 번, 그리고 함께 들고 가던 친구의 얼굴 한 번. 이렇게 삿대질을 하며 콕콕 쑤셔댑니다. 까칠이는 양말만 젖었지만 같이 있던 친구는 바지까지 흠뻑 젖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손이 미끄러져 실수한 건 까칠이인데 말이에요.

모든 일에 남을 탓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넘어져도 남의 탓, 놀이에서 져도 남의 탓, 물을 쏟아도 남의 탓. 남의 탓만 하고 사니 눈썹 사이는 찡그려져 있고, 늘 억울하고 불만이 가득합니다.

‘너 때문이야!’라는 말 속에는 어떤 원망이 가득 묻어 있습니다. 조심조심 개울을 건너가다가도 이 말을 만나면 첨벙하고 발이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말입니다. 개울을 건너다가 발을 헛디디면 물속에 빠지는 것처럼,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마음을 헛디디면 남의 탓이라는 깊은 골짜기 속으로 빠져버립니다. 그 골짜기는 높은 벽으로 막혀서 좀처럼 남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많이 보입니다. 내가 넘어지면 이 사람 탓, 놀이에서 지면 저 사람 탓, 물을 쏟으면 그 사람 탓을 하나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매번 남의 탓만 한다면 그건 마음을 잘못 짚은 겁니다. 마음을 한 번 잘못 짚을 때마다 사람 사이의 벽이 조금씩 높아지게 됩니다.

우리 옆에 있는 사람은 우리의 불만을 쏟아내려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 사람 덕분에 내 삶이 따뜻해지고 인내와 절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 사람 덕분에 내 삶이 유익하고 보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 덕분에 내 삶이 즐겁고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너 때문이야”라며 쉴 새 없이 누군가에게 마음 아픈 원망을 보낼 건가요? 우리 곁의 친구들이 없으면 내 삶은 차갑고 슬프고 절망에 빠질 수도 있는데요.

이제 잘못 짚은 마음을 조금 돌려 봅시다. 남의 탓을 하기 전에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아요. 남에게 쏘아붙이기 전에 그 사람이 받게 될 상처를 먼저 생각해 보세요. 남의 탓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남에게 뾰족한 말로 공격한다고 해서 내 화가 풀리지 않습니다. 친구를 윽박질러서 이긴다고 해서 절대로 내 마음이 떳떳해지지 않습니다.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탓입니다. 내 탓이라 여기면 억울하지도 않고 불만도 없습니다. 오늘은 “너 때문이야!” 같은 원망 대신 이렇게 말하지 않을래요? 눈썹 사이에 잔뜩 들어가 있는 힘을 빼고, 삐죽이 올라간 입술도 살며시 내려놓으세요. 바늘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도 뭉툭하게 깎아내고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 보세요.

“고마워, 네 덕분이야.”

김대조<대구화원초등 교사>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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