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혁신이 먼저다] <2> 외국 사례로 보는 지역혁신전략

  • 구경모
  • |
  • 입력 2018-10-18   |  발행일 2018-10-18 제8면   |  수정 2018-10-18
철강쇠퇴 美 피츠버그
민관 新산업발굴 협력
교육·의료도시 대변신
20181018

우리나라 산업도시들은 과거 성장제일주의의 경제원리에 기반해 빠른 외적 성장에 몰두했다. 이 때문에 소수 주력산업 의존도가 커졌다. 특정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실제 과거 섬유산업에 의존했던 대구는 섬유산업 쇠퇴 이후 대체 산업 발굴에 실패하면서 쇠퇴일로에 접어들었다. 철강·전자 등 소수 주력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포항·구미 등도 특정 기업의 경영 실적과 일희일비를 같이하고 있다. 새로운 전략으로 새로운 성장 경로를 설정할 시점이다.

연방정부, 자금·기술 지원…기업·대학·민간 콘퍼런스 구축
의료·에너지·IT·첨단제조·금융서비스 5개 분야 집중 육성
英 맨체스터·스페인 빌바오도 산업전환으로 경제위기 극복
글로벌기업 스타벅스·다논, 일자리 창출 등 지역발전 앞장



◆민·관협력으로 위기 극복한 ‘피츠버그’

남북전쟁 당시 전략적 요충지였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남서부의 피츠버그시는 19세기 이후 철강, 알루미늄, 유리산업 등 이른바 ‘굴뚝산업’으로 세계적 공업도시로 성장했다.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1980년대 중반까지 세계 3위 안에 드는 철강 생산국이었다.

하지만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시민 20여 명이 사망하는 공해사건이 발생하면서 한때 ‘뚜껑이 열린 지옥’이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다 1970년대 이후 탈(脫)공업화와 산업구조 개편에 따른 철강업 쇠퇴로 피츠버그시의 지역경제는 위기에 빠진다.

1980년대 들어 철강생산 시설의 대부분이 폐쇄됐고, 30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상실했다. 결과적으로 경제 침체, 인구 감소, 빈곤, 대규모 방치 유휴지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피츠버그시는 민관 협력에 기반한 거버넌스 구축으로 제조업 중심도시에서 첨단산업 메카로 전환을 시도했다. 우선 미국 연방에너지부는 태양 에너지 도시 13곳 중 한 곳으로 피츠버그를 지정하고 자금과 기술을 지원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정부도 지역 기업, 대학, 주민과 민관협력의 파트너십 형성을 통해 산업 쇠퇴 지역 재개발을 추진했다. 민간에서는 산업 구조조정 전략을 주도할 ‘엘러게니 콘퍼런스’를 구성했다.

‘엘러게니 콘퍼런스’는 지방정부와 상공인, 민간단체, 대학 등 이해관계가 달랐던 지역 리더들이 지역경제 회생이란 공동 목표를 위해 형성된 협력체다. 엘러게니 콘퍼런스에서 철강산업을 대신할 신성장 동력 발굴을 논의해 의료, 에너지, 정보통신(IT), 첨단제조업, 금융서비스 5개 분야를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설정했다.

기업도 사업 다각화로 지역산업 전환에 호응했다. ‘US Steel’(유에스 스틸)은 철강 부문을 축소하고 에너지 사업 분야를 육성했다. ‘US Steel’은 1986년 이후엔 에너지 사업 부문이 철강 부문을 능가하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이를 통해 피츠버그는 제조업 중심도시에서 소프트웨어·생명공학 관련 산업 등을 중심으로 교육과 의료산업도시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지역특성에 맞는 산업 구조조정

지역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산업 구조조정으로 거듭난 사례도 있다. 영국 맨체스터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폭격, 1996년 아일랜드 공화당(IRA)의 대규모 폭탄테러로 물리적 손상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또 1896년 조성된 세계 최초 산업단지인 ‘트래포드 파크’가 1970년대 이후 탈산업화 등으로 급격히 쇠퇴했다. 맨체스터는 제조업 중심축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세계 경제구조 변화로 산업도시 회귀는 힘들다고 보고, 지역 내 우수한 지식기반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하게 된다. 맨체스터는 이를 통해 전문·과학기술 및 사업서비스 중심의 서비스업 도시로 성공 전환했다.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인구 35만명의 항구도시인 빌바오는 19세기부터 철강과 조선업을 통해 스페인 주요 중공업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나 EU(유럽연합) 통합으로 도시·지역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 때문에 빌바오는 제조업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다. 빌바오는 프랑스 남서쪽과 포르투갈 북쪽 사이에 있는 항구도시로서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철강·조선업 대신 문화예술산업 육성을 추진해 현재는 서비스업 비중이 81%를 차지하는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했다.

◆지역사회 발전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이와 함께 이윤추구에만 몰두했던 기업들이 최근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의 거대 식품기업 ‘다논(Danone)’은 2006년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북쪽으로 230㎞ 떨어진 시골 마을 보그라에 ‘그라민 다논 푸즈’를 설립했다. 이 기업은 현지에서 생산되는 우유로 ‘샤크티 도이’란 이름의 요구르트를 만들어 가난한 아이들에게 5다카(한화 약 100원)란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제품 가격을 현지 사정에 맞춰 낮춘 것이다. 또 극심한 영양 결핍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요구르트에 비타민 등 영양 성분을 강화했다. 나아가 현지 여성들을 채용하고 제품을 현지 주민들에게 판매하는 등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며 현지에 수백 개에 달하는 가축 농장이 들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다논은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었다. 방글라데시란 저개발 국가의 향후 발전 잠재력까지 감안한다면 수익성 높은 시장을 선점한 셈이다.

공동체 의식 고취로 일자리 창출을 주도한 기업도 있다.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는 2011년 10월 미국 전역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미국 전역의 6천800개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수천만 명의 고객들이 ‘Create Jobs for USA(미국의 일자리 만들기)’ 프로그램에 기부하도록 유도한 것.

먼저 500만달러를 기부한 스타벅스는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이 5달러를 기부하면 빨간색, 하얀색, 파란색이 섞인 띠에 ‘나눌 수 없음(Indivisible)’이란 문구가 새겨진 손목 밴드를 나눠줬다. 이 손목밴드는 우리 사회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서로의 도움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공동체 의식을 상징한다. 스타벅스는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1천500만달러를 모았고, 이 돈을 중소기업에 투자해 일자리 5천개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학자인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기업이 지역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면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각에서 접근할 때 놓쳤던 창조적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자료 제공=대통령직속 균형발전위원회>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