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사과의 맛과 향 ‘달콤한 유혹’…관광객 참여 풍성한 이벤트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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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8   |  발행일 2018-10-18 제12면   |  수정 2018-10-18
28일까지 제13회 문경사과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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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로 만든 문경새재 관문 모형은 인증샷을 찍는 명소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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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문경사과 한마당 축제 개막 행사가 사과축제장 주무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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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사과 한마당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사과 판매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 동화 속 백설공주도 안 먹고는 못 배길 만큼 달콤한 문경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백두대간의 자연환경에서 자란 문경사과는 당장 백설공주가 나타나더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맛을 품고 있다.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문경사과’라는 슬로건 아래 최고의 품질과 맛을 자랑하는 문경사과 한마당 축제가 지난 13일 시작돼 오는 28일까지 가을빛 짙게 물든 문경새재에서 성황리에 펼쳐지고 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문경사과축제는 연륜을 더해온 만큼 해마다 다양한 체험·전시·판매행사가 마련돼 소비자·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과축제엔 방문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사과껍질기네스·사과낚시·사과경매·사과높이쌓기 등 사과를 활용한 다양한 놀이체험들이 있다. 축제의 재미 중 으뜸인 경품행사가 다양해 푸짐한 선물도 챙길 수 있다. 사과 홍보관에선 ‘백설공주’와 ‘왕자’가 도우미로 나서 사과 품종·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올해 지은 사과농사의 결과물을 겨뤄 보는 문경사과품평회도 진행된다. 신선하고 맛있는 문경사과를 맛보고 구매할 수 있는 판매부스는 19개 농가가 참여, 감홍·양광·홍옥·시나노스위트 등 품종을 내놓고 있다.

온난기후에 일조량 풍부 큰 일교차
천혜 조건으로 ‘명품사과’ 탄생
매해 품평회 열어 농가 선의경쟁
까다로운 미8군에 전국유일 납품

축제장 인기품목은 고당도 감홍
쌓기·빨리먹기 등 프로그램 다양
과수원 수확체험·2관문산행 등
인근지역 함께 즐길거리도 많아


◆왜 문경사과인가

사과연구소와 사과발전협의회가 이끄는 문경사과는 자타가 인정하는 전국 최고의 명품으로 꼽힌다. 문경사과 재배는 1930년 시작됐다. 1960년대 49㏊였던 재배 규모가 1970년대 준왜성 묘목 보급으로 전환기를 맞으면서 재배기술과 품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70년도 재배면적 94.4㏊·1천134t 생산 단계에서 1980년도엔 454㏊·3천74t, 1990년도 771㏊·1만418t, 2017년엔 2천29㏊·4만4천511t으로 늘었다. 사과 재배가 시작된 60년대 대비 재배면적은 40배, 총생산량은 200배로 늘었다. 94년 농산물 수입 개방 이후에도 급속히 늘어난 것은 광산이 하나둘 폐광하면서 지역에 남은 이들이 소득이 높은 사과나무를 심은 게 큰 계기가 됐다. 품종도 국광·축·인도·욱·골덴델리셔스·홍옥 등에서 품질·수량성이 뛰어난 후지를 비롯해 쓰가루·양광·홍월·세계일·북두·야다까 등으로 바뀌었다.

문경사과가 예로부터 명성을 얻고 품질을 인정받은 것은 천혜의 자연조건 때문이다. 문경은 백두대간을 분수령으로 동로면 천주봉에서 문경읍 주흘산, 가은읍 희양산, 농암면 청화산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산줄기들이 발달돼 있어 준령에 싸인 작은 분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지리적 특성에 문경은 온난한 기후를 갖고 기상 재해도 거의 없다. 여기에다 사과 비대기인 7∼9월 알맞은 강수(601㎜), 당(糖) 축적기인 9∼10월 풍부한 일조량(436.7시간), 다른 지역에 비해 3∼4℃ 큰 일교차 등도 한몫했다.

문경사과는 80년대부터 납품 조건이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미 8군에 전국 유일하게 납품되고 있다. 문경사과는 다른 지역 사과에 비해 당도가 1∼2브릭스 높다. 또 과즙이 많으며 육질이 단단해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다. 문경지역 사과농가들은 해마다 품평회를 통해 서로의 재배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으로 상품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경사과를 맛본 사람은 서슴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나무 상태를 보고 무엇이 부족하고 넘치는지 파악하는 게 재배기술이다. 필요할 때 균형이 맞도록 영양분을 공급하고, 모양을 크게 할 것인지, 작지만 맛이 뛰어난 사과를 생산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도 기술력이다.

문경사과 재배기술의 원동력은 크게 문경사과연구소를 비롯한 행정당국의 지원과 문경사과발전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농가의 열성이다. 2009년 설립된 연구소는 지역 특성에 맞는 품종 재배시험, 묘목 및 대목 생산 보급, 고품질 과실생산기술 연구개발 등을 맡고 있다. 문경시농업기술센터는 2005년부터 친환경사과대학을 열어 기존 농민과 귀농인에게 다양한 커리큘럼을 통해 고품질 사과 재배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문경사과발전협의회는 일본 전문가를 초청해 회원 과수원을 돌며 가지치기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의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또 해마다 일본 현지 농가를 방문해 기술을 습득한다. 사과축제 땐 학술세미나를 열어 전문가 지식과 신기술을 받아들이고 있다. 문경사과가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데렐라가 된 문경대표 사과 감홍

문경사과 가운데 가장 많은 생산량을 차지하는 것은 만생종인 후지이지만 대표적인 품종은 감홍이다. 다른 품종에 비해 못생기고 색도 깔끔하지 않지만 문경사과축제가 시작되면서 축제장 최고의 인기품목이 됐다. 93년 문경 가은읍에서 처음 재배된 감홍은 칼슘 부족으로 생기는 고두병과 유통과정에서의 문제로 한동안 묘목이 뽑혀 나갔던 품종이다. 하지만 신맛이 거의 없는 데다 당도가 16브릭스 이상이어서 사과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천덕꾸러기’에서 ‘신데렐라’로 탈바꿈한 것.

사과축제 초창기 주력 상품으로 양광 사과를 내놓았고 못생긴 감홍은 시식용이었다. 하지만 그 맛을 잊지 못한 소비자들이 감홍을 먹으려고 1년을 기다리는 인기 품목이 된 것이다. 꾸준한 기술 개발로 문경만의 품종이 되다시피 한 감홍은 문경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리는 사과가 됐다. 감홍은 부사의 평균 당도 15브릭스보다 높은 평균 18브릭스로 사과 가운데 최고 당도를 자랑한다.

◆사과축제 어떻게 즐기나

축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게 시식·판매를 하는 생산농가의 사과 판매 부스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듯 생산자에 따라 같은 품종이지만 약간씩 식감이나 단맛·신맛에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19곳 부스마다 시식용 사과를 맛보고 내 입에 가장 맞는 곳을 점찍어 뒀다가 축제장을 둘러본 뒤 내려오는 길에 구매하면 된다. 문경사과축제장 사과는 금방 딴 것을 자랑하듯 꼭지를 따지 않은 게 특징이다.

문경사과축제는 관광객 참여가 가능한 이벤트가 풍성하다. 사과낚시·사과 활쏘기·행운의 문경사과 다트·숨은 그림 찾기·문경사과스쿨 등이 축제장 곳곳에 마련돼 관광객의 발길을 끈다. 주 무대에선 각종 공연과 함께 사과껍질 기네스·사과경매·사과퀴즈·나도 사과모델·사과 높이 쌓기·사과 홍보 데시벨·사과 빨리 먹기·사과바구니게임 등 즐거운 프로그램이 매일 열린다. 축제장을 둘러보고 가을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제2관문까지 산행을 하는 것도 좋다. 2시간가량 산행 뒤 다시 사과판매 부스에 들러 맛도 보고 구매해 집으로 돌아가면 금상첨화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과수원에서 직접 사과를 따고 먹는 체험을 권할 만하다. 올해 사과 따기 체험농장은 문경읍·동로면·신기동 등 11곳에 있다.

◆주변 먹거리와 즐길거리는

문경의 대표적 먹거리는 약돌돼지다. 석쇠구이·고추장구이·수육 등 다양한 요리로 선보이는 약돌돼지는 웬만한 곳엔 판매점·식당이 있어 특별히 소개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소문이 나 있다. 문경새재 집단시설지구 식당도 대부분 맛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특히 문경새재유스호스텔 뒤 ‘문경새재 산채비빔밥’은 특별한 정성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문경시농업기술센터에서 문경 대표 음식으로 개발된 것으로 예약은 필수다. 진남교반 일대 매운탕 식당들도 호평을 받는 곳이다. 진남교반에 있는 오미자테마터널도 구경하기에 좋다. 구랑리역·가은역·문경역 등에서 출발하는 철로자전거는 멋진 풍광과 알찬 재미를 선사한다. 골프·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이들도 어느 곳 못지않은 자연환경에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문경이다.

글·사진=문경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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