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잔치와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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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3   |  발행일 2018-10-23 제31면   |  수정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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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표 홍성건설 대표·기술사

197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결혼식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았고, 결혼식장도 대도시 외에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중매쟁이를 통하여 부모 간에 혼담이 오가고 서로 선을 보거나 하여 혼사가 이루어지면, 날을 잡고 일반적으로 혼주의 집에서 잔치를 하였다. 물론 잔치의 의미에는 환갑이나 회갑 잔치와 같은 어르신들의 장수 축하잔치도 있었고, 아이들 돌잔치나 생일 축하잔치도 있지만 통상 잔치라 하면 그때에는 결혼잔치를 의미하였다.

그 시절 혼사가 결정되고 잔칫날이 정해지면 몇 달 전부터 준비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띄워진다. 혼주는 물론이고 일가친척과 혼주의 동네 주민들도 잔칫날 한참 전부터 행사 준비를 함께하며, 부조 거리 나누기부터 들어간다. 잔칫날이 가까이 다가오면 일가친척들은 양 잔칫집으로 모여들고, 동네주민들은 돼지를 잡고 술과 떡을 준비하며 잔치를 동네 축제 분위기로 만들어갔다. 특히 잔치 전날은 이미 잔칫날이 되었다. 가깝거나 먼 친척들은 이미 혼주의 집으로 대부분 왔고, 동네 주민들은 묵이나 두부, 감주 등 분담한 부조 거리를 들여다 주고 전을 굽고 음식을 준비하며 밤늦게까지 몸을 아끼지 않고 부조를 하였다. 잔치 당일 날은 온 동네 주민들이 하루 일손을 거두고 결혼 축제를 함께 하였다. 마당에는 빽빽이 천막이 쳐지고 음식 냄새는 동네 입구까지 번져가고, 어르신부터 아이들까지 종일 잔칫집을 넘나들며 먹고, 마시고, 웃음으로 하루의 잔치를 함께 즐겼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잔치는 비단 혼례 시간 때만이 아닌 종일 이어지는 축제일이다. 또한 가까운 친지들은 잔치가 끝나고도 며칠씩 머물며 여운을 함께 하였으며, 심지어 새 부부가 신행을 다녀올 때까지 머물기도 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절에는 확실히 결혼 축제였다. 세월이 흘러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하는 시절이 되어가면서도 어느 때까지 어느 정도의 동네잔치가 2부 행사로 지속되었다.

오늘날 결혼은 그 옛날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참으로 많이 변하였다. 먼저 그 만남부터 중매쟁이나 부모님의 의사보다는 당사자들의 의견이 우선이며, 부모나 가족들은 거의 인정한다. 잔치가 아닌 결혼식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대개 예식장이며 가끔 회사나 공공기관의 준비된 강당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내부 전경과 분위기는 예식장과 다르지 않다. 결혼 날짜가 정하여지면 분주한 사람은 혼인 당사자들이며, 부모는 그 뒤를 따르며 금전으로 도와주는 정도인 것 같다. 또한 그 옛날과 달리 직장 동료나 지인은 물론이고 친지들도 대개 결혼식 당일에야 예식장에서 축하의 말을 건넨다. 그리고 결혼식에 참석하는 많은 하객 중에 신랑신부의 친구나 가족, 친지 외에는 그 많은 사람이 대부분 혼주와의 인사와 부조금 전달만으로 결혼식을 마치고 떠나 버린다. 결혼 잔치에 함께 하는 것이 아니고 결혼식에 참가 확인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끔 TV 여행 프로에서 다른 나라의 결혼 이야기가 방송되고, 참석인이 아주 많지는 않아도 종일토록 이어지는 결혼 축제를 즐기는 것을 볼 때 우리의 옛날 잔치가 추억으로 대비된다. 우리 아이들이 장차 결혼을 할 때에 바람이 있다. 첫째, 결혼식이 아닌 결혼잔치를 하루 종일 하고 싶다. 오전부터 시작하여 밤늦게까지 두 사람과 두 집안의 일생의 행사를 축하하며 즐기고 싶다. 둘째, 장소는 크고 웅장한 곳보다는 조용하고 편안한 자리가 좋겠다. 잔치의 하루를 멋지게 채우는 것은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이다. 셋째, 잔치에 초청할 분들은 하루를 함께 해야 하기에 그만큼 신중해야 할 것이다. 가능한 혼주와 결혼 당사자들을 축하해 줄 뿐만 하니라 하루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사이의 사람들과 같이하고 싶다. 결혼 당사자나 두 집안의 축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가 확인하였느냐보다 그들이 그 축제를 함께함이 훗날 신랑, 신부에게 축복으로 남는다. 결혼식 속에는 잔치가 없다. 잔치 속에 결혼식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과 결혼잔치 축제를 하였으면 좋겠다.

정홍표 홍성건설 대표·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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