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활용 못하는 '삼성창업 기념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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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선우기자
  • 201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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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이후 2년 가깝도록 방치

개관식조차 무기한 연기

"박근혜정권 연결고리 의식

삼성측 조심스러운 태도" 해석도

2일 오전 11시 대구 북구 침산동 대구 삼성창조캠퍼스. 이른 시간에도 아이를 데리고 산책 나온 부모와 나들이 나선 젊은 남녀 등 많은 사람들이 캠퍼스 내부를 거닐고 있었다. 넓은 캠퍼스 내에서 인파가 쏠리는 곳은 음식점들이 늘어선 중앙 잔디광장 부근이었다.

삼성의 역사를 간직한 창업 유산이 있는 주변은 썰렁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다. 삼성그룹의 시초인 삼성상회 건물과 옛 제일모직 기념관은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인부들만 주변을 청소하고 있을 뿐 건물에 관심을 갖는 이는 없었다. 삼성은 이 건물을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집무실과 숙직실, 삼성 창업 기념관, 제일모직 기념관 등으로 만들어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준공 2년이 가깝도록 방치되다시피하고 있다.

대구 삼성창조캠퍼스는 1954년 제일모직 공장이 있던 터로, 1987년 제일모직이 구미로 이전한 후 빈터로 방치돼 왔다. 9만3천여㎡에 이르는 땅에 제일모직 본관 건물과 기숙사만 남았다. 다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무렵이다. 삼성이 이 자리에 쇼핑플라자와 호텔, 업무시설 등 대단위 상가를 짓겠다며 대구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시는 주거지역인 이곳을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줬다. 당시 재벌인 삼성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삼성은 제일모직, 삼성전자, 삼성물산을 사업시행자로 정해 2005년 대단위 상가시설을 완공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경제 여건이 어렵다는 이유로 계획은 연기됐다. 준공기일은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박근혜정부 들어 실행에 옮겨졌다. 삼성이 2015~2016년 900억원을 들여 이곳을 벤처·스타트업 육성 단지로 조성한 것. 당시 정부가 국정과제였던 ‘창조경제 프로젝트’를 삼성과 함께 가장 먼저 실행한 곳이 대구였다. 이 캠퍼스는 대구시에서 건축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16년 12월27일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이곳으로 이전하고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입주하고, 음식점과 카페들이 들어서며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를 잡게 됐다.

1938년 대구 중구 인교동에 목조건물로 지어졌던 삼성상회도 1997년 붕괴 우려로 철거된 후 지난해 3월 캠퍼스에 복원됐다. 건축면적 330㎡ 부지에 지상 4층 규모로 당시 모습이 그대로 재현됐다. 외형은 콘크리트로 복원됐지만 철거 당시 보관됐던 현관문과 창호 등은 그대로 사용했다. 복원할 당시 건물 내부를 이병철 회장의 집무실 등을 예전 모습으로 꾸미고 삼성상회의 별표국수를 제조했던 2층 공간도 영상물 전시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진척은 없는 상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이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박근혜 정권과 연결고리였던 대구삼성창조캠퍼스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은 국정농단 사태에 얽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과 석방 등을 거쳤고, 이후에도 각종 이슈로 검찰 조사 등을 받아왔다. 삼성은 기념관의 개소식도 무기한 연기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전 정권과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고 일축하면서도 정확한 개방 일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시중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이 아니다. 그렇게 해석하면 부담스럽다. 삼성상회는 삼성 태동의 역사를 의미한다. 그만큼 중요해서 창업 이념이나 철학 등에 대한 디스플레이를 잘 만들려고 하다보니 늦어진 것이다. 콘텐츠를 내부적으로 작업 중이며, 개관 날짜를 맞춰야 하는 것도 아니라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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