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전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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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07

전통음식전문가
전어구이
산란기를 마치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가을 전어는 여름 전어보다 지방질이 많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 ‘전어 한 마리가 햅밥 열 그릇을 죽인다’ ‘가을 전어는 며느리 친정간 사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등 전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 것을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가을 전어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것이 분명하다. 11월이 지나 잡은 전어는 가시가 세고 9~10월에 잡은 전어의 맛을 최고로 친다. 정조 때 우리나라 생선의 종류·특징 등을 자세하게 서술해 발간한 ‘난호어묵지’에는 “전어는 고기에 가시는 많지만 육질이 부드러워 씹어 먹기가 좋으며 기름이 많아 맛이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 왕실 밥상의 재료를 기록한 ‘조선상식 비용기’에 “음력 8월 초하루 전어 30마리를 9냥에 샀다”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가을철이 접어들 때면 수라상에 전어가 올라갔다. 옛날 일본 중부지방에 예쁜 외동딸을 둔 부부가 살았는데 영주가 이 딸의 미모에 반해 첩을 삼으려고 온갖 수작을 부리자 부모는 딸이 병들었다 소문을 내고 관 속에 딸 대신 전어를 넣고 화장을 했다. 전어 타는 냄새에 신하가 영주에게 딸이 진짜로 죽었다고 고하여 부모는 위기를 모면했다. 이때부터 자식을 태운 물고기란 뜻으로 ‘고노시로’라는 이름이 생겨났고 일본 사람들은 전어를 구워먹지 않는 풍습이 생겨났다고 한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충청도, 경상도, 함경도에서 전어가 많이 잡혔다는 기록도 있고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전어 대가리에 깨 서말”이란 말과 함께 “상인들이 소금에 절여서 한양에 갖다 파는데 신분에 관계없이 좋아하는 관계로 사는 사람이 값을 생각하지 않고 사기 때문에 전어(錢魚)라 했다”고 적혀있다. 조선시대 때 내이포(현 진해)에 어느 날 새끼 전어를 마구 잡는 모습을 본 이생원이 “분별없이 새끼 전어를 마구 잡으면 내년부터 전어 씨가 마른다”며 어부들을 설득하여 산란기인 5~7월 사이에는 전어 잡이를 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고을을 순시하는 관찰사에게 대접하기 위해 고을 수령이 전어를 잡아오라 명하자 이생원은 지금은 산란기철이라 전어를 잡을 수 없다며 거절하였다. 이에 화가 난 수령이 이생원의 목을 치려하자 바다에서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전어 떼가 몰려와 핏빛을 띤 채 덕(德)자를 그리며 바다에 드러누워 있는 게 아닌가. 이를 본 관찰사와 수령은 자기들의 욕심에 크게 반성을 하고 이생원을 풀어주었다. 사람들은 이생원의 목숨을 살려준 내이포 전어를 덕전어(德錢魚)라 부르기 시작했고, 경상도 사투리가 섞여 떡전어라 불리게 되었다. 진해 부근에서 잡히는 전어는 약간 붉은 빛을 띤다. 전어는 가시가 많은 특징이 있지만 통째로 먹을 수 있어 칼슘을 다량 섭취할 수 있고, 불포화 지방이 풍부해 혈액을 맑게 하는 효능도 있다.

전통음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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