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자력 정책, 상식과 과학의 바탕 위에 수립돼야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8-11-07   |  발행일 2018-11-07 제31면   |  수정 2018-11-07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5당 원내대표와 함께한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1차회의에서 원전 정책기조를 둘러싼 일부 합의가 도출된 것은 고무적이다.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여야 수뇌부의 만남에서 문재인정부 들어 정책 갈등의 한가운데에 놓인 탈(脫)원전이 핵심 의제가 됐고 원론적 합의문이 나왔다. ‘원전 기술력과 원전산업의 국제경쟁력 유지 발전을 위한 정책의 적극 추진’에 합의한 것이다. 물론 이 합의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산업의 고사 위기를 여야를 넘어 정치권이 함께 고민하겠다는데 의미가 있다.

특히 이미 건설 중이던 2기의 원전에 대해 대통령이 ‘임기 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전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원전 2기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으며, 전후 맥락으로 볼 때 울진에서 건설하다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반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2기 건설 발언에 대해 신한울 원전 3·4기는 아니라고 6일 국회에서 밝혔다.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문재인정부가 지난해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통해 백지화를 결정한 6기의 건설 예정 원전에 포함된다. 문제는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경우 이미 2015년 계획이 확정됐고, 앞서 부지를 매입한 것은 물론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설계용역비 2천700억원까지 투입된 상황이다. 더구나 건설을 맡은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등 주(主)기기 제작을 위해 4천900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손해배상 등 심각한 법적 문제가 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가 정책 결정을 중단한 데 따른 책임 소재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를 의식해 이사회에서 건설 중단 결정을 여전히 추인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여·야·정 국정협의체 회의에서 “탈원전을 완성하더라도 그 정책기조가 70년은 이어져야 가능하다”고 했다. 이 같은 언급에서 이미 답이 나와 있다고 보인다. 문재인 정권도 영원한 정권이 아니듯 원자력 문제는 특정 이념이나 신념에 의해 일도양단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원자력을 대체한다고 새만금 등지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을 깐다는 정책도 이미 논쟁에 불이 붙었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다. 국가적 대사이자 원자력 같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정책의 기본에는 합리성과 과학에 기초한 상식이 먼저 자리하는 것이 옳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