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지방분권 어디까지 왔나 (1) 자치분권 종합계획

  • 손동욱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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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5   |  발행일 2018-12-05 제6면   |  수정 2018-12-05
“중앙→지방, 획기적 권한·재원 이양 없인 주민주권 구현 한계”
20181205

영남일보와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 지방분권 연속 토론회 ‘긴급진단…지방분권 어디까지 왔나’ 첫 번째 ‘자치분권 종합계획’과 관련한 토론회가 3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천동 영남일보 7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사회자(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현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대한 점검과 평가를 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 첫 순서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다. 현 정부가 연방제 수준의 개헌을 이야기했지만 지난 6·13 지방선거 때 무산이 되고, 몇개월 전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역민들의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지방분권이 추진되느냐’에 대해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박명흠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기획단장=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보면 전체적으로 6대 전략이 있는데, 그중 첫번째가 ‘주민주권 구현’이다. 이 말 자체는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주민주권이나 지방주권 같은 말은 일본에서는 20여 년 전에 썼다. 문제는 종합계획에 나와 있는 6대 전략 33개 과제를 전부 실행해도 주민주권이 구현됐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 이양과 기관위임사무 폐지에 대한 내용들은 필요한 것은 다른 나라 사례를 답습 내지 모방하면서도 (중앙정부에) 불리한 내용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지방분권이 안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기관위임사무 때문인데, 이 문제 해결은 노무현정부 때부터 안되고 있다. 종합계획상에는 기관위임사무 ‘정비 필요’란 말을 쓰고 있는데, 기관위임사무를 폐지하면 폐지하는 것이지 폐지를 검토하자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의문이다. 이번 정부에도 기관위임사무 폐지는 힘들 것 같다. 자치경찰도 광역 단위만 하는 게 아니라 현장 중심 민생치안을 위해서는 사실 기초 단위에서 해야 한다고 본다. 재정분권과 관련해선 현재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을 거쳐 6대 4로 개편한다고 종합계획에 나와 있는데, 7대 3까지는 갈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 이상은 잘 모르겠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 개편도 지금 문재인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행정명령 등을 통해 할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관료들 다 불러서 행정명령을 해야 한다.”


◆박명흠
“국세와 지방세 6:4 계획 실현 의문
대통령이 관료들에 행정명령 해야”

◆김선희
“시민단체·전문가 의견 수렴 부족
참여권 보장 위해 정보공개가 기본”

◆유병철
“제1전략‘주민주권 구현’높이평가
지방정부 구성은 주민선택에 맡겨야”

◆김정희
“주민발안제, 주민투표조항 없어
실질적 영향력 발휘 가능할지 의문”



△사회자= 이번에는 주민자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또 지방분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입법권에 관련해서도 다뤄봐야 한다.

△김선희 전국지방분권협의회 공동의장=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 전문가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다. 당시 중앙부처와 광역단체 의견이 많이 들어갔다.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은 아닌지 의아스럽기도 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주민주권 구현’ 첫 과제로 주민참여권 보장이라는 내용이 있다. 주민참여 확대로 주민중심의 지방자치를 구현하자는 것인데, 참여권 보장을 위해서는 주민을 상대로 정보 공개가 기본이다. 또 그 정보가 재구성돼 쉬워야 한다고 본다. 주민발안제의 경우 굉장히 멋있는 말처럼 들리는데, 의회에 가서 의결이 안되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는 그런 것에 우리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의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정부의 혁신 없이 이런 계획들이 무작정 시행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저는 지방분권과 보완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자치와 관련해서는 실제 주민자치 안착을 위한 지원이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 최근 지방분권을 우려하는 책이 나오는 등 지방분권 이후 지자체 간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는 이미 충분히 논의됐던 문제다. 앞으로 지방분권 관련 문제 제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사회자= 김 의장이 지방정부와 지역의 의지와 혁신능력이 함께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김정희 교수는 이번 종합계획을 어떻게 보는가.

△김정희 부산대 교수= “종합계획 첫 전략으로 ‘주민주권 구현’이 들어간 것은 굉장히 획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의 본질적 의미를 생각해볼 때 주민들이 정치, 지역의 주체라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방향 설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세부 과제들이 얼마나 주민주권을 구현할 수 있는 내용을 담보하고 있느냐는 건데, 슬로건은 거창한 데 비해 알맹이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치분권 종합계획의 후속 조치로 정부가 발의, 입법예고 중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주민투표법 개정안, 주민조례발안법안 등은 주민주권 구현 목표를 실현하는데 근본적인 한계를 보인다. 먼저 가장 중요한 지방의 자치입법권의 경우 여전히 ‘법령의 범위 안에서’로 한정해 주민자치가 법령 안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치입법권을 제약하고 있는 주민주권은 아무 의미 없는 ‘수사’에 불과하다.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과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명실상부한 자치입법건과 주민주권을 보장해야 한다.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안의 경우에도 주민발의 조례에 대한 주민투표 조항이 없어 직접민주주의 제도라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주민들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주민투표법 일부 개정안도 조례 위임을 삭제해 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은 모두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했지만, 국가정책에 관해서도 주민 또는 지방의회의 청구나 단체장 직권에 의해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유병철 대구 북구의회 의원= “이번 종합계획에 대해 ‘15년 전 지방분권 로드맵과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행정 분권에 그쳤다, 광역 위주로 기초를 경시하는 계획이다, 시혜적 분권이다’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긴 여정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권한 없는 지방자치, 분권과 자치의 연계 미비, 동네 민주주의 부재 등의 지방자치 현실 속에서 ‘주민주권 구현’을 제1전략으로 내세운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획기적인 권한과 재원 이양을 전제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주권 구현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다양한 주민자치회 모델 창출 및 제도화’ 과제의 경우 ‘자치단체 형태 다양화’ 과제와 연계해 주민의 의사에 따라 지방정부의 기관 구성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그 바탕에서 주민자치(마을자치, 구역자치)를 보다 더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구형 주민자치회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지방정부와 의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정부 구성’은 주민의 선택에 맡겨 지역 실정에 부합되는 제도 선택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중소 도시지역, 농촌지역별 지방정부 구성을 전국적·일률적으로 제왕적 단체장, 기관대립형 구조로만 정하게 한 것은 비효율적이고 지방자치 본질에도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자율성 및 책임성 확대를 위해 지방의회 역할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리=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사진=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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