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집의 주인은 돈이 아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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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1


“아직 거기 사냐”질문 받으면

재테크 문외한으로 비춰져

미래 짊어질 30대 주택 보유

41%수준 그쳐 암울하기만…

투기 발 못붙이는 사회 기대

김병효 국제자산신탁 상임고문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이 이따금 안부삼아 나에게 묻는 말이 있다. “아직도 OO동에 사나?”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묘한 낭패감에 빠지곤 한다. 아직 그곳에 산다고 대답하면 기다렸다는 듯 “거기 산 지 얼마나 되었지? 한 삼십 년? 동네 토박이가 다 되었겠다”는 말이 이어진다. 삼십 년 넘도록 한 아파트 단지에서 진득하게 사는 내가 이런 말을 듣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곳이 뭐 그리 좋다고… 가끔이라도 좀 옮겨 다니며 아파트 평수도 늘리고 했으면 좀 좋아. 강남 3구가 안 되면 입지 좋은 신도시에 분양이라도 받아 놓지. 그동안 뭐 하고 살았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 그들의 눈에는 내가 주변머리도 없고 재테크도 모르는 사람으로 비치는 듯했다. ‘아직도 거기 사느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솔직히 마음 한구석이 어두워진다. 본심에서 나온 말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사는 곳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정말 이제는 ‘어디에 사느냐’가 사람의 재력은 물론이고 수준까지 평가하고 재단하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초면인 사람과 통성명 주고받은 뒤/ 고향이 어디십니까? 대신에/ 어디 사세요? 하는 인사 더 자주 받는다/ 이 질문의 변화는 심상한 것이 아니다/ 마음의 평지에 불쑥 돌 솟아오른다/ 여의도에 삽니다/ 아하, 좋은 데 사시는군요/ 나는 망설이고 망설인다/ (중략) / 아, 예, 전, 전세인데/ 그러면 그는 그런다 겸연쩍다는/ 전세라도 어딘데요? 여의도잖아요/ 마음의 평지에 불끈 돌 솟아오른다” 이재무 시인의 ‘첫인사’라는 시다. 시인도 나처럼 ‘어디에 사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마음이 무거웠나 보다.

지난해 11월16일 통계청이 발표한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17년 11월1일 기준 우리나라의 일반 가구 1천967만4천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천100만 가구다. 전체 가구의 절반을 조금 넘는 55.9%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44.1%가 무주택 가구였다.

“내가 사는 이리는/ 서울보다는 집값이 싸다/ 서울 가서 살고 싶어도/ 우리는 돈이 없어 못 간다/ 여기 돈하고/ 거기 돈이 달라서/ 지금쯤 서울에 있었다면/ 우리도 이 세상을 버렸을지 모른다고/ 아내가 말했다/ 나는 가슴이 아파왔다” 안도현 시인의 ‘집’이라는 시에서 그렸듯이 사는 곳에 따라 집값은 큰 차이가 난다.

공시가격 기준으로 보유 중인 집값이 6천만 원 이하인 구간은 174만1천가구이며, 6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 구간은 339만1천가구로 가장 비율이 높다. 전체의 무려 30.8%나 된다. 이들 가구는 대략 집 한 채가 전부였고, 12억원을 초과하는 16만5천가구는 평균 4.83호의 주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1억원 이상 오른 주택소유자가 104만명에 달하고, 5억원 이상 집값이 뛴 사람도 6만1천명이나 되었다. 그리고 이 중 절반이 넘는 3만4천명이 서울지역 주택보유자였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30대 미만 연령층의 가구주 중 11.1%만 집을 갖고 있고 30대의 주택 소유 비율은 41.8%에 지나지 않았다. 내 집 마련이 절실한 40대 무주택 가구주도 42.1%나 된다.

평범한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은 과연 이루어질까. 현실은 차갑고 암울하기만 하다. 2030 젊은 세대 앞에는 가로놓인 장벽이 많다. 일자리 구하기도 어렵고, 치솟은 전월세·집값에 결혼도 망설여진다. 설사 결혼해도 아이 갖기가 두렵다. 월급을 아끼고 쪼개서 꼬박꼬박 돈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은 멀어져만 간다. 미래 세대의 주거 고민을 해소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집을 지어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건설을 대폭 늘리고,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하여 무주택가구주의 집 걱정을 덜어주어야 한다. 실수요자의 간절한 ‘내 집 마련 꿈’이 반드시 이루어지고 한몫 챙기려는 투기는 발붙이지 못하는 건강한 사회가 그립다. 한숨 소리 대신, 여기저기서 환한 웃음이 피어나는 살만한 세상을 기대해본다.

김병효 국제자산신탁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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