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공한증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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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8   |  발행일 2019-01-18 제22면   |  수정 2019-01-18
[미디어 핫 토픽] 공한증
공한증의 시작은 차범근으로부터. 연합뉴스

16일은 한국축구가 중국에 ‘공한증(恐韓症)’을 재발시킨 날이었다. 이날 한국축구 대표팀은 중국축구 대표팀을 2-0으로 꺾었다. 중국발 미세먼지로 가뜩이나 억울하던 참이었는데, 축구가 답답한 코를 뻥 뚫리게 했다. 축구경기 TV시청률도 16.8%나 됐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서도 ‘한국 중국 축구’ ‘손흥민’ ‘김민재’ ‘공한증’ 등 축구 관련 단어가 상위에 랭크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공한증은 ‘한국(韓)을 두려워하는(恐) 증상(症)’ 즉 중국축구가 한국축구를 못 이기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원래 중국 언론에서 만든 신조어로, 중국인들이 한국축구에 대해 느끼는 공포가 병적이라고 할 만큼 강한 데서 유래했다. 중국 대표 포털사이트인 바이두닷컴(www.baidu.com) 백과에도 ‘쿵한정(恐韓症·Koreafobia)’의 명칭 유래에서부터 탄생, 종결, 교전기록까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양국간 최초의 축구 A매치는 1978년 12월17일 방콕아시안게임이었다. 이날 차범근의 결승골로 한국이 1-0으로 승리했다. 이후 한국은 2010년까지 32년간 총 27회의 경기에서 중국을 상대로 16승11무무패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2010년 2월10일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3-0으로 패배하면서 공한증은 숙졌다. 이 경기 포함 2010년대 양국간 A매치 전적은 2승2무2패로 팽팽했다. 그렇게 되자 중국언론은 한국 축구를 깔보는 듯한 보도도 일삼았다. 하지만 16일 승리로 중국과의 상대전적은 19승13무2패가 돼 여전히 중국보다 한 수 위임을 입증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중국은 “원래부터 공한증은 없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경기 패배 후 중국언론은 “떨쳐내기 어려운 공한증, 리피의 불패 기록이 깨졌다” “아쉽다. 공한증이 최후의 벽이었다” “지울 수 없는 그림자 공한증” “손흥민이 없었더라면” “우레이(중국 슈퍼리그 최고 공격수)가 나왔으면” 하는 등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중국신문망은 1980년대부터 이어진 중국 국가대표팀의 공한증을 집중 조명했다. 신문망은 1990년대 중국팀은 한국팀과 맞붙은 22차례 경기에서 1승9무12패 전적을 세웠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누리꾼들은 “‘아시안컵에선’이라고 선긋지 마라. 어느 곳, 어디서 경기를 하든 공한증은 계속된다” “중국은 실력발휘 충분히 했다. 단지 실력 차가 있었을 뿐” “중국은 운이 좋았다. 원래는 5-0이다” “축구로는 중국 무시해도 된다” “리피 엉덩이에 공한증 주사 꾸~욱” 등의 글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제는 축구에서 ‘한·일전’만큼 ‘한·중전’이 중요하게 됐다. 공한증이 지속되길 바란다. 박진관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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