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장애인의 날 小考(소고)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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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2   |  발행일 2019-04-22 제31면   |  수정 2019-04-22

매년 ‘장애인의 날’이면 생각나는 장애인이 몇 분 있다. 그 가운데 문경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던 고(故) 김홍이라는 분은 한약방 운영으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로 환원하고자 하는 신념으로 1988년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30여년간 828명의 학생에게 2억500만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매년 어려운 장애가정의 학생들을 발굴해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지역사회에서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려고 노력했던 인물이다. 특히 장학금 전달식에는 이웃의 어르신들을 초청해 밥을 한끼 나누는 마음도 잊지 않고 실천해 왔다.

그 분은 50대 시절 문경시 산양면의 농공단지 내에 장애인 재활자립을 위해 화장지 제조공장인 홍익제지를 설립했다. 전체 종업원 15명 가운데 10명이 장애인으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로 세운 공장이었다. 이 분이 타계하면서 장학회가 없어질 처지였으나 다행히 지역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가 그 뜻을 이어받아 매년 500만원을 출연하고 있어 계속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은 258만5천876명으로 전 국민의 5%가량이 장애인이다. 한 집 건너 장애인이 있지만 현실은 장애인들이 살아가기에 불편을 넘어 생계의 문제까지 위협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매체에 실린 글에는 “1984년 휠체어를 타고 남대문시장에 납품을 하던 장애인이 곳곳에 있는 턱을 넘지 못해 생계를 꾸리지 못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며 “해마다 4월 이맘때면 ‘장애인의 날’이라며 이런저런 행사를 연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에서 일년에 하루, 장애인의 날을 지정해 ‘기념’하거나 ‘축하’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을뿐더러 옳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들은 장애라는 이유로 교육이나 취업, 더 나은 삶을 위한 기회를 갖지 못하고 그것들을 위해 힘든 싸움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글에서 “철저한 비장애인 중심 세계에서 장애를 이유로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마저 침해당하는 이들의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외치고 있다. 나도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외면하는 사회에 일조를 하고 있나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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