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대구의 전국무용제 성공하려면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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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31   |  발행일 2019-05-31 제23면   |  수정 2019-05-31
20190531

대구 무용계가 내분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 무용인들이 대구무용협회와 이에 반대하는 ‘대구무용발전포럼’으로 양분되면서 갈등 양상이 조정·조율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무용계의 성숙을 위한 일시적 진통이라면 별무 상관이겠지만 오랜 기간 곪아온 환부가 터진 것 같아 심상치 않다. 더욱이 24년 만에 전국무용제를 유치해놓고 이의 성공 개최를 위해 합심·준비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이런 분열상이 전개·심화되니 ‘공연문화도시 대구’가 무색하다. 전국무용제는 오는 9월26일부터 전국 16개 시·도 대표 공연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흘간 춤의 향연을 펼친다.

올해로 28회를 맞는 전국무용제는 ‘일상이 예술이다’라는 주제를 표방한다. 무용의 저변확대와 공연문화도시 대구의 실력을 업그레이드시킬 절호의 기회이기도 한데, 정작 이를 주도해야 할 대구 무용계는 불통과 분열의 내홍(內訌) 중이어서 전열 정비가 시급하다. 갈라진 틈과 불화를 자체적으로 조율하지 못한다면 대구 무용계는 전국무용제를 개최할 자격도 능력도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일상이 예술이 아니라 ‘그들만의 예술’이 되는 불상사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

대구 무용계의 소통과 화합의 필요성은 해묵은 과제로 공식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지난 3월15일 대구예총 주최와 대구무용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28회 전국무용제 성공개최를 위한 1차 아트포럼’은 건설적인 방향 설정과 성공 개최 준비를 위한 의견 교환의 장이라기보다는 지역 무용계에 내재해 온 불만이 폭발하는 무대로 변질됐다. 무용인 중심의 방청객들이 ‘대구무용협회 편파적·폐쇄적 운영’에 대한 질타와 성토를 쏟아냈던 것이다. 이를테면 ‘전국무용제도 현 무용협회장 측근 몇 사람들끼리 치르려고 한다’ ‘전국무용제 집행위원, 자문위원 구성에 지역 무용인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등으로 원성(怨聲)은 아직도 자자하다.

급기야 대구무용협회 집행부에 반기를 든 일단의 대구 무용인들은 ‘대구무용발전포럼’(가칭) 창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4월1일자로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지역대학 교수와 무용단 대표 중심의 이들은 이를 통해 △지역 원로 및 중견 무용인들을 비롯한 많은 무용인을 배제한 전국무용제 집행위원회의 구성 재고 △투명하고 공공성 있는 사업 추진과 예산 집행 등을 요구했다. 회원 가입 제한, 협회 운영의 독단성과 불투명성, 대구무용제의 편파적 운영, 예술인상 선정기준의 모호성 등 대구무용협회 운영 상의 문제제기와 함께 개선방안도 제시했다.

전국무용제라는 거대 축제를 앞두고 대구 무용계가 파열음을 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내부의 다툼과 진영 싸움이 자칫 염불보다 잿밥을 마음에 둔 이전투구(泥田鬪狗)라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다. 무용협회측은 ‘르네상스 시대 맞은 대구 무용… 24년 만에 전국무용제 유치’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자부하고 있는 판국이다. 무용협회 회장이 올해로 10년간이나 장기집권을 하면서 협회를 독선적이고 폐쇄적으로 운영, 사조직화해왔다는 비판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다른 예술단체에 비해 회장 임기(4년)가 상대적으로 긴 데다 연임에 연임을 하게 되면 공(功)보다는 과(過)가 두드러지고 권력의 절대화가 심화될 소지도 다분하다. 무용협회측은 이러한 비판과 제언들을 무용제 성공을 위한 쓴소리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무용협회 운영의 폐쇄성과 불투명성에 대해 내부에서 터져나온 이러한 질타는 대구 문화 예술계 일반에 만연한 고질이라는 점에서 자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기에 충분하다. 대구 미술계는 전임 집행부의 투명하지 못한 예산 집행 문제로 시끄럽고, 대구문화재단은 내부 알력과 외부 세력에 의한 흔들기로 비틀거린다. 바람 잘 날 없는 대구 문화예술단체에 예산 집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관리·감독해야 할 대구시도 신뢰를 잃기는 도긴개긴이다. 예산 지원권을 쥐고 있는 대구시로 향하는 비판과 질타는 차고도 넘친다. 예술단체와 한통속이라거나 갑 중의 갑이라는 원색 적인 비아냥도 적지 않다. 지원은 하되 군림하지 않아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가세한다. 대구 무용인들의 화합과 소통은 전국무용제 성공의 최소한의 전제이자 필요조건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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