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Ⅱ- 독일을 가다 .5] 바이에른주 대학정책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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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8   |  발행일 2019-06-18 제8면   |  수정 2019-07-09
바이에른주 대학 졸업 34명 노벨상…세계 우수교수 영입 적극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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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시에 위치한 ‘바이에른주 교육과학예술부’ 건물에는 바이에른주기, 독일연방기, 유럽연합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독일 남부에 위치한 바이에른 자유주(Freistaat Bayern·영문 Bavaria)는 면적이 7만549㎢로 독일에서 영토가 가장 큰 주이고, 인구는 1천300만명에 달한다. 경제규모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함께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주에 속한다. BMW·아우디·MAN·알리안츠·지멘스·오스람·인피니온·아디다스 등 독일 유명 기업 본사가 주도인 뮌헨을 중심으로 바이에른주에 있다. 뮌헨 외 주요 도시로는 아우구스부르크·뉘른베르크·로텐부르크·레겐스부르크·파사우·잉골스타트·뷔르츠부르 등이 있다. 행정구역은 바이에른주 산하에 7개 ‘Regierungsbezirk’(도 또는 현), 25개 ‘kreisfreie Stadt’(시), 71개 ‘Landkreis’(군)를 두고 있다.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에른주는 지역적 자부심이 너무 강해 시계도 따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튼튼한 재정을 바탕으로 교육 및 직업훈련, 복지정책이 잘돼 있다.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바이에른주는 대구경북과 유사성을 갖는다. 애향심과 지역적 자부심이 강하고 산업화를 주도한 지역인 데다가 경쟁력을 갖춘 고등교육기관(대학)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바이에른주 교육과학예술부에서 대학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미하엘 미하취 부국장을 만나 대학교육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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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대표하는 대학 가운데 하나인 뮌헨대. 앞쪽에 분수대가 있는 광장이 보인다. 반나치 그룹인 백장미단의 일원인 뮌헨대 숄 남매를 기념해 ‘숄남매(형제)광장’으로 명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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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에른주 교육과학예술부에서 대학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미하엘 미하취 부국장(오른쪽)이 영남일보 취재진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자치와 분권 의식이 강한 독일연방은 교육행정도 주(州)정부가 주도적으로 펴고 있다. 기본적으로 16개 주가 독립적으로 교육정책을 시행한다. 독일연방 교육연구부(BMBF)와 주정부 교육과학예술부 간 종속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중앙정부는 교육의 방향만 제시한다. 연방 교육문제도 연방 교육연구부와 16개 주 교육과학예술부가 모여 협의해 결정한다. 극단적인 경우 연방 교육연구부의 결정을 주정부가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학제 개편이나 한때 도입됐던 대학 등록금 징수 결정 등도 이를 받아들이는 주정부가 있고 그렇지 않은 주정부가 있었다. 각 주정부가 처한 상황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다. 다만 의대·법대·사범대·간호대 등 국가적으로 통일된 자격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과나 학부는 통일된 학제와 공통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이들 학과(부)는 연방정부의 인력수급 계획에 의거해 엄격한 정원관리를 받는다. 그 외 대부분 학과(부)는 정원 제한이 없어 입학하기는 쉬우나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졸업이 어렵다.

기본적으로 대학 자율성(Autonomie)이 보장돼 있어 주정부와 연방정부에서는 재정지원만 할 뿐 학교운영에 거의 간섭하지 않는다. 독일 대학은 자율적으로 학과를 개설·폐지하고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물론 사안별로 주정부에 통보하거나 협의·인허가 절차 등을 밟기도 한다. 학과 신설·폐지는 대학에서 결정을 하고 난 뒤 주정부와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학의 결정을 존중한다. 하지만 주 전체로 봤을 때 학과 폐지로 필요한 인력 수급에 문제가 있는 경우, 또 학과 규모는 작지만 존치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은 주정부가 학과 존속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인기 없다고 무조건 폐과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 다양성이나 소수자 보호 등의 가치가 있을 때 주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고 본질적으로는 대학이 결정해 주정부에 제출하고, 주정부는 대학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때문에 주정부가 대학혁신을 위해 많은 예산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건을 맞추는 대학이 많지 않아 불용예산이 상당하다고 바이에른주 관계자는 설명했다.

◆바이에른의 자랑 9개 종합대학

바이에른주에는 모두 32개의 고등교육기관(Hochschule)이 있다. 이 가운데 9개가 종합대학(Universitat), 17개가 응용기술대학(Allgemeine Fachhochschule), 6개가 예술대학(Kunsthochschule)이다. 이 32개 대학에 약 40만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미하엘 미하취 바이에른주 교육과학예술부 부국장은 이 가운데 9개 종합대학을 담당하고 있다. 9개 대학은 아우구스부르크대(Universitat Augsburg), 밤베르크대(Otto-Friedrich-Universitat Bamberg), 바이로이트대(Universitat Bayreuth), 프리드리히 알렉산드대 에어랑갠 뉘른베르크(FAU·Friedrich-Alexander-Universitat Erlangen-Nurnberg), 뮌헨대(LMU·Ludwig-Maximilians-Universitat Munchen), 뮌헨공대(TUM·Technische Universitat Munchen), 파사우대(Universitat Passau), 레겐스부르크대(Universitat Regensburg), 뷔르츠부르크대(JUM·Julius-Maximilians-Universitat Wurzburg) 등이다.

이 가운데 뮌헨대와 뮌헨공대는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대학이다. 두 대학을 중심으로 바이에른주 내 대학 졸업자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는 무려 34명이다. 또 지난 5월 발표한 유럽의 가장 혁신적인 대학 톱100에 바이에른주에서는 프리드리히 알렉산드대 에어랑갠 뉘른베르크, 뮌헨공대, 뮌헨대, 뷔르츠부르크대가 포함됐다. 유럽 600개 이상 대학을 대상으로 특허 출원, 발표 연구논문 인용도 등 10개 항목을 비교했는데 프리드리히 알렉산드대 에어랑갠 뉘른베르크가 2위, 뮌헨공대가 7위, 뮌헨대가 20위, 뷔르츠부르크대가 65위를 기록했다.

바이에른주 대학의 자랑은 9개 종합대학에 인문학·기초과학에서부터 의학·법학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모든 학과가 골고루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바이에른주를 떠나지 않고도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대학교육체계를 갖췄다는 뜻이다. 뮌헨공대 14개 학부, 뮌헨대 16개 학부 등 두 대학만 해도 대학생이 공부하고 싶어하는 웬만한 전공은 다 갖추고 있다. 바이에른주는 독일연방 내 다른 주에 비해 대학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교육도시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바이에른주는 주정부 예산 가운데 10%를 대학예산으로 배정하고 있다. 연간 약 7밀리아덴(Millarden) 유로(Euro) 정도 된다. 교육여건이 좋은 탓에 외국인 유학생 비중도 많은 편이다.

◆국제경쟁력 강화 3대 정책

바이에른주가 대학경쟁력 향상을 위해 가장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우수 교원 및 연구진 확보다. 바이에른주에서는 독일과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교수, 연구진을 영입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확보하고 대학에 적극 지원하고 있다. 둘째로 비중을 두는 것은 교육환경이다. 학교 건물부터 최신 연구기자재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연구에 불편함이 없도록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바이에른주 2019~2020년 대학 예산이 2018년에 비해 무려 8.4% 증가한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교육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1996년 이래로 가장 높은 지출 증가율이다. 바이에른주는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교육예산을 늘릴 계획이어서 독일 연방 16개 주 가운데 교육예산 증가폭이 가장 높은 주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는 국제화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바이에른주에서는 각 대학이 외국 유명 대학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외국대학과의 학생·연구 교류 및 공동연구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최근 바이에른주는 뮌헨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간 교류협력 체결, 뮌헨공대(TUM)와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간 협약체결 등을 지원했다.

특히 바이에른주는 4차 산업혁명(독일은 이를 Industrie 4.0이라고 표현한다)에 대한 대학혁신정책으로 열번째 대학 설립을 추진 중이다. 뉘른베르크에 설립할 예정으로 ‘인더스트리 4.0’에 적합한 혁신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기존 대학이 혁신연구는 잘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50년 전 수업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대학이 많다. 대학은 고전과 현대, 전통과 현대의 조합이 중요한데도 나이 많은 교수들이 자기만의 교육방식을 고수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혁신모델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에 새로 설립하는 대학은 완전 디지털화한 대학으로 첨단 교육기자재를 도입해 혁신적인 교육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뮌헨공대의 경우 외곽 캠퍼스에 로봇이나 디지털 관련 혁신기업과 클러스터를 구축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글·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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